“올해는 나의 시작을 알린 해다. ‘도니살’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다. 앞으로도 니 땀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김광수)가 10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2024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일구대상과 9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식을 진행했다.
최고타자상의 영광은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김도영이 차지했다. 김도영은 최연소 및 최소 경기로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는 타격 전 부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을 지배했다.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등을 올렸다.
특히 김도영의 143득점은 KBO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그의 활약 속에 KIA는 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했다. 또 프리미어12에서도 홈런 3개를 포함해 OPS(출루율+장타율) 1.503을 기록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다운 활약을 이어갔다.
수상자로 시상대에 선 김도영은 “훌륭한 선배님들 계신 자리서 상을 받아서 너무 영광스럽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훌륭한 선배님들이 주신 상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최고타자상은 1년만 잘해서 받을 수 없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꾸준히 잘해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겸손하게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찬란했던 2024년은 훗날 어떻게 김도영에게 기억될까. 김도영은 “이제 저의 시작을 알린 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한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시즌 도중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라는 한 KIA팬의 스케치북 응원문구가 큰 화제가 됐다. 그만큼 김도영은 KIA팬들에게 큰 기쁨을 준 존재였다. 김도영에게도 그 응원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김도영은 “올해 더 유명해진 ‘도영아, 니 땀시 살어야’가 아주 좋은 응원 문구였던 것 같다. 그 글 써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그 분이 저 덕분에 살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무대를 내려와 다시 만난 김도영은 그 고마움을 더 자세하게 전했다. 김도영은 “따로 연락을 드렸고 또 그 스케치북까지 받아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씀드렸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누나가 운영하는 가족의 강아지 SNS로 DM을 받았고 해당 팬과 연락이 됐다”면서 “그게 나한테는 진짜 의미 있는 것이 제가 그 문구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전까진 잘 못하고 있었다. 그 프로필로 바꾸고 딱 올라온 느낌이라 내겐 되게 의미 있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다. 누나가 그분께 유니폼을 드리고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야구선수로서 누군가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것에 대해 기쁨과 함께 더욱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김도영은 “야구 선수는 야구로 증명을 해야 되는 그런 직업이기 때문에 야구를 잘하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이런 비시즌 기간에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방법이 없으니까 짤막하게나마 이벤트들로 조금 더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그래서 예능도 원래는 저랑 안맞아서 안나가려 했는데 비시즌 기간에 팬들이 ‘이거라도 약간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예능도 출연했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있는 것 같다”며 담백하지만 깊은 팬 사랑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2024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김도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중심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김도영이 느낀 ‘국제대회 경험’과 ‘대표팀’은 어땠을까. 김도영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쟁력 이 있다’라고 생각했다. 우리 한국도 다른 팀에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 있는 팀이란 생각을 했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한 다른 팀들도 전력이 괜찮은 상태로 나왔다고 생각해서 다음에 다시 붙으면 더 잘해야 될 것 같다. 이젠 성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2024시즌은 김도영이란 위대한 선수의 탄생을 알리는 첫 시작인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계획’과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도영은 “꾸준함”을 가장 먼저 말했다.
김도영은 “일단 꾸준한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이제 꾸준히 몇 년 동안 계속 잘하고, 어디를 나가든 ‘꾸준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각종 수상과 인터뷰 및 다양한 행사 등으로 분주한 겨울을 보낼 김도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정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다. 김도영은 가장 유력한 3루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꼽히고 있다. 수상은 확실시 되고, 득표율이 얼마나 나올지가 세간의 관심이다.
김도영은 “(만장일치 가능성에 대해선) MVP 수상 이후로 그건 ‘될 수 없다’고 느껴서 그냥 받으면 좋을 것 같다”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기대하기도 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