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도미니카공화국전 득점 후 기뻐하는 일본 선수단. /AFPBBNews=뉴스1 |
도쿄돔에서 대역전 드라마로 일본 야구에 비수를 꽂고 정상에 올랐던 2015년,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2019년. 그만한 성적을 바라지도 않았으나 4강 진출이라는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충격적인 예선 탈락을 맛봤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세계 야구를 호령하고 있다. 예선 전승을 거두고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라이벌이라고 불렸던 한국과 일본의 야구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18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11-3으로 완파했다.
개막전에서 호주를 9-3으로 완파한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2-3으로 끌려가던 5회말 역전에 성공한 뒤 6-3 승리, 2연승을 달렸고 대만엔 3-1, 쿠바와도 접전 끝 7-6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이날까지 승리를 거두며 전승으로 슈퍼라운드로 향했다.
일본은 WBSC 세계 랭킹 1위 팀이다. 5전 전승이 놀라울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거들의 출전이 제한되는 프리미어12를 떠나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은 초대 대회(2006년)와 2009년 2연패, 2013년과 2017년 3위, 지난해 WBC에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위시해 세계 최강 미국을 꺾고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썼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대비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 WBC 첫 대회 때 3위, 2009년엔 일본과 결승에서 격돌하며 준우승 신화를 썼지만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2023년에도 3연속 예선 탈락의 멍에를 썼다.
토교 쇼세이(왼쪽)가 무라바야시 이츠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기대는 크지 않았다. 세대 교체를 공언한 대표팀은 눈앞의 성적을 위해 최정예 멤버를 발탁하기보다는 2026년 WBC, 2028년 LA 올림픽을 내다본 선수 명단을 꾸렸다. 당초에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전력이 더 약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예선 탈락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선수단 면면을 탓하긴 어렵지만 경기 운영 미숙 문제는 물론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실한 계획의 부족함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2022년 3월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취임사에서 "냉정히 프리미어12도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준결승전에서도 지는 경기였다"고 평가했으나 이번엔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계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그로 인해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 야구 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하며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류전 등 꾸준한 A매치 개최를 약속했지만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팬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며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국제 대회 경쟁력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된 대회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5일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 패배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