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개편 놓고 기획처-교육부 끝장토론
기획처 "총액 줄이자는것 아냐
학생수 변동 반영해 산정해야"
교육부 "경제논리로 접근안돼
GDP 대비 교육비는 하위권"
대학지원 활용에는 공감대
이달 중순 개편 윤곽 나올듯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끝장 토론'에 나섰다. 두 부처는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되는 방식을 두고 뚜렷한 입장 차를 보였다. 재정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함에도 교육교부금 지출이 매년 늘어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내국세 연동 방식이 공교육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맞섰다. 기획처와 교육부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그동안 내국세에서 확보된 교육교부금은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전국 어디서나 고른 수준의 의무 교육을 제공하도록 해 한국이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길러낼 수 있던 일등 공신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올해 들어 반도체발 세수 급증으로 교육교부금 액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내국세 '자동이체' 구조 손봐야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내국세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초중고로 배정되는 교육교부금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박 장관은 "연도별로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현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이 없을지 지켜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초중고 교육 재원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는 총액을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교육계는 '(교육교부금을) 왜 축소하느냐'고 묻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해 교부금 총액은 늘리고 학생 1인당 예산도 계속 늘린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올해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등 의무 지출 개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량 지출 15%·의무 지출 10%를 절감해 50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목표다. 매년 20조원대 구조조정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박 장관은 "재정은 국가, 국민의 것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칸막이를 만들고 헐기도 해서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내국세 연동제를 '자동이체'에 비유하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매달 월급의 20%를 자식들에게 이체해왔는데 첫째가 대학에 진학해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마침 올봄에 월급도 올라 더 큰 금액이 둘째 교육비로 자동이체되는 상황이라면 이걸 그대로 두겠냐"며 "학생 수가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인데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 재정 관점에서 올바른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 재정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세수는 법인세 의존도가 높고 법인세는 기업 실적에 의해 매우 크게 흔들린다"며 "교육 재정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면서 연동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를 들쑥날쑥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학교 역할 확대…추가 예산 필요
반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교부금 유지에 대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행 교육교부금 방식은 경기 변동 등에서도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가 합의한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망"이라며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나 수치상 효율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역시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 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상위권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원 중 총 교육비는 4.6%로 주요 선진국 69개국 중 36위이며,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42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과거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돌봄과 복지, 정서 지원, 특수 교육 등 역할이 확대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교부금의 90%는 인건비, 교육 복지, 학교 운영비, 학교 시설 개선, 무상급식 등 고정비용이라 줄이면 학교 운영도 어렵다"고 말했다.
◆ 사용 범위 확대에는 일부 공감대
다만 초중고에 집중된 재원을 유아 및 대학교 등으로 돌려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공감대도 있었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미래 패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느냐는 오롯이 대학에 달려 있는데 고등 교육은 심각한 재정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며 내국세 일정 비율을 고등 교육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최 장관은 "일부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 교육, 영유아, 평생 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보자"고 말했다. 정부는 공개 토론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최 장관은 "오늘 토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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