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임금 협약을 계기로 제안한 ‘사회연대임금’ 논쟁이 본격화했다. 근로자 간, 원·하청 간 격차가 커짐에 따라 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해 보자는 게 김 장관의 제안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만큼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기업에 이익 배분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28일 자신의 SNS에 삼성전자 임금 협약과 관련해 “점점 더 벌어지는 노동자 간 격차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라며 “원·하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다음달 1일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 가능성 모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김 장관은 사회연대임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1950년대 스웨덴이 도입한 연대임금정책의 정신을 기려야 한다고 했다. 스웨덴식 연대임금정책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앞세워 대기업·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중소기업·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려 한 임금 격차 축소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20세기 중반 스웨덴의 정책을 21세기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당시 스웨덴은 90% 안팎의 근로자가 산별노조에 가입했고, 강력하고 단일한 노동조합총연맹(LO)이 직접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와 사정이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연대임금정책의 원래 의도는 임금 비용을 줄인 대기업이 늘어난 이익을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중소기업은 저임금에 의존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평등을 우선시한 결과 고부가가치 기업과 근로자는 성장 의욕을 상실했고, 중소기업은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는 데 적응하지 못했다.
노총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가로 완전고용을 요구하는 ‘렌-마이드너’ 모델을 제안했고, 스웨덴 정부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거둬 실업자를 훈련하고 재배치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폈다.
김 장관이 언급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동반성장’도 검토 모델로 꼽힌다. 동반성장의 핵심 방법론이 초과이익공유제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사전에 합의한 규칙에 따라 나누는 모델이다.
그러나 초과이익은 과거부터 논란이 돼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상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의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계량화가 불가능해 경제학 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기업 이윤 동기 훼손, 주주 재산권 침해, 대·중소기업 간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거처럼 정부가 답을 정해놓고 노사를 몰아붙이는 방식은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정부는 멍석을 깔아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정부는 기업의 정당한 이익에 강제로 관여할 권한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했다.
김일규/정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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