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빙상을 제외하고는 ‘불모지’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국내 훈련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국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000년대생 젊은 선수들의 약진으로 이런 고정관념이 깨졌다. 대한민국 프리스키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 이승훈이 희망을 줬다.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둔 이승훈과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선수들이 해외 전지훈련 비용에 부담이 커지자 후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승훈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한스키협회 차원의 후원만 받다가 개인 후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 기업 후원이 지속되면서 (빙상 외 종목에서) 해외 경험이 쌓인 동계 종목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소방공무원인 부모의 뒷바라지로 훈련을 다니다 롯데 등 기업의 후원이 이어지며 버텼다고 한다. 사시사철 눈이 쌓인 지역을 찾아야 하고,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U자형 슬로프인 하프파이브 경기장 훈련도 꼭 필요한데 국내에는 관련 시설이 없다. 그는 “1년에 통상 5~6번 정도 해외 훈련을 떠나는데 한 번 갈 때마다 2~3주가량 체류하며 훈련한다”며 “한 번 나갈 때마다 일본은 300만~400만원, 스위스 같은 원거리는 1000만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내년 동계올림픽 때까지 5번 정도의 해외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점프를 많이 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허리 통증을 달고 산다는 그는 “스키 선수들 훈련이 본격화하는 8월 전까지는 근력과 재활운동을 병행하며 몸을 다질 예정”이라며 “내년 동계올림픽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 후원 기업과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아시안게임 결선에서 부상으로 안대를 착용한 채 경기에 임한 이승훈 선수의 강한 정신력은 소방공무원인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그가 더 큰 무대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김진성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