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바통 이어받은 美 은행주 '신고가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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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주가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15년 만에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열풍에 가려져 있었지만, 최근 대규모 기업공개(IPO)로 부활한 자본시장과 은행주의 저평가 매력이 맞물리며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중 최고가 찍은 은행주 ETF

기술주 바통 이어받은 美 은행주 '신고가 랠리'

이날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주요 금융주를 담고 있는 인베스코 KBW 뱅크 상장지수펀드(KBWB ETF)는 최근 5거래일 동안 3.06% 상승했다. 이날은 전 거래일보다 0.34% 하락한 93.23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95.05달러까지 뛰었다. 이는 2011년 상장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대형 은행주도 나란히 장중 최고가를 썼다. JP모간체이스는 장중 2% 오른 337.77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 상승한 57.98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다만 장 막판에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첫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자 하락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술주가 너무 상승한 만큼 대형 금융주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지목했다. 과거 주가 흐름을 보면 대형 금융주는 금리 인상 초기나 거시경제 충격이 닥칠 때 일시적으로 흔들리곤 했지만 바뀐 환경에 적응한 뒤에는 계단식 상승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의 주가 흐름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으로 연 0.00~0.25%의 초저금리가 유지되던 2021년 최고 171달러까지 오른 주가는 이듬해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충격에 101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당시 Fed가 6월부터 11월까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연 4.25~4.50%까지 급격히 끌어올리자 단기 자금 조달 비용 급증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JP모간체이스 주가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지역 은행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서 반등했다. 지역 은행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예금이 대형은행으로 쏠렸고, 주가는 130~170달러 선에서 견고한 박스권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도 위기가 지나가자 주가는 곧바로 반등했다. 지난 1월 역사적 최고점인 334달러를 찍은 주가는 2월 중동 분쟁과 오일 쇼크가 겹치며 282달러 선까지 밀렸으나 종전 가능성이 커지자 곧바로 반등하며 이달 현재 전고점 부근인 333달러 선에 재진입했다.

◇자본시장 부활이 이끈 ‘수수료 잔치’

증권가에서는 최근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점에 주목한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형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스페이스X가 7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주관사들에 5억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안겨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시 브라운 리졸츠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은행주는) 단순한 예대마진 기반의 금융사가 아니라 수수료 기반 금융사”라며 “IPO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거래 수요를 만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이자에 기대는 영업에서 벗어나 혁신 기술을 융합한 체질 개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대출자 신용 평가와 보험 고객 위험 분석 등 핵심 업무에 AI를 선도적으로 투입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이익 마진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에 비해 주가는 여전히 저렴하다는 점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를 자극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미국 대형은행을 담은 ‘스테이트 스트리트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SPDR ETF’(XLF)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를 밑돈다”며 “21배 수준인 S&P500지수보다 30%가량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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