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이 살 길"…韓 최초 PC 만든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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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이 살 길"…韓 최초 PC 만든 선구자

한국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해 ‘인터넷 강국’의 기틀을 닦은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2년 경북 영덕군에서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사서오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수학 학원 강사 및 수학 참고서 저자로 명성을 날렸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1966년 미국 유학을 떠나 유타대에서 통계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연(KIST) 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소장을 지냈다. 이 시기 컴퓨터에서 한글을 입출력할 수 있는 터미널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정부·공공기관의 행정 시스템 전산화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1980년 서울 청계천에서 자본금 1000만원, 직원 7명으로 삼보컴퓨터 전신인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듬해 국내 최초의 PC인 ‘SE-8001’을 만들었다. 1982년에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애플2 컴퓨터의 호환 기종 ‘트라이젬20’을 생산해 이름을 알렸다. 삼보컴퓨터 이후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도 PC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한국 컴퓨터 시장이 열리면서 삼보컴퓨터는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국민 PC’ 기업으로 불렸다.

이 회장은 인터넷 시대 초창기인 1990년대에도 남다른 선구안을 보였다. 고인은 1996년 한국전력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 회사(ISP) 두루넷을 설립해 회장에 올랐다. 두루넷은 국내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해 전국 가정과 기업에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는 공을 세웠다. 삐삐(호출기) 서비스 회사인 나래이동통신을 설립하기도 했다.

2005년 두루넷 관련 부실이 커지며 삼보컴퓨터가 부도 처리됐다. 이후 2012년 차남인 이홍선 씨가 TG삼보를 인수해 재건에 나섰다. 현재 TG삼보는 산업용 PC와 공공기관 대상 솔루션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운영 중이다.

삼보컴퓨터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명예회장을 맡아 한국 경제와 전자산업 발전에 헌신했다. 고인은 정보기술(IT)산업 발전에 힘쓴 공로로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은 미래 인재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1987년 설립된 박약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박약은 논어의 ‘박문약례’(博文約禮: 널리 학문을 닦고 예를 지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14~16일), 경북 영덕 아산병원(16~18일)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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