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뒤늦은 장마가 이어지는 7월이다. 비구름은 머지않아 걷히겠지만, 석유화학산업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히 짙다. 최근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우리 산업이 얼마나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일깨웠다. 치솟는 유가에 쓰레기 봉투 대란까지, 온 국민이 나프타 수급을 걱정해야 했던 봄이었다.
이번 사태는 석유화학산업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계기이기도 했다. 이전까진 단순히 플라스틱을 만드는 산업 정도로만 인식됐으나 전쟁을 계기로 주사기, 수액백을 비롯한 의료용품과 포장재, 배터리·반도체 소재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과 제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필수 산업임을 깨닫게 했다.
산업에 닥친 위기는 긴박했으나 대응 역시 기민했다. 정부는 신속히 추경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을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이 원활한 원료 확보를 통해 국내 필수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업계 역시 지원을 당연한 혜택으로 여기지 않았다. 정부 지원에 호응해 제품 가격을 인하하며 플라스틱 가공업계의 부담을 덜고 물가 안정에도 힘을 보탰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과 업계의 상생 노력이 맞물려 국가 공급망을 지켜낸 모범 사례였다.
하지만 위기가 지나갔다고 해서 산업의 어려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영업 실적은 전쟁 직후 재고 효과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듯 했으나 중국발(發) 글로벌 공급과잉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도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 3분기 영업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업계는 사업재편을 비롯해 생존을 위한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비 합리화와 함께 범용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쟁국들은 과거 자국 산업의 구조재편 과정에서 세제 지원과 에너지 비용 완화, 금융 지원 등을 시행한 바 있다. 우리 역시 성공적 사업재편을 위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금융·세제, 고용과 연구개발(R&D) 지원 등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정책지원에 나설 때다.
이번 중동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석유화학산업을 단순히 공급과잉에 직면한 사양산업이 아닌, 국가 공급망을 지탱하는 필수 전략산업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생활 필수재부터 첨단 제조업 소재까지 우리 경제 곳곳을 연결하는 국가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인공지능(AI) 첨단 산업 육성 ‘3대 메가프로젝트’ 역시 안정적인 소재 공급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산업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업계에 대한 지원은 특정 기업이나 업종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과 국민 생활을 떠받치는 국가 공급망을 지키는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은 위기 때마다 산업의 존재 이유와 전략적 가치를 증명해 왔다. 이제는 그 가치를 정책 지원으로 지켜낼 때다.

1 hour ago
1




![[단독] 현대차 ‘2차 하청’ 작업환경 교섭권 인정...판매대리점은 기각](https://pimg.mk.co.kr/news/cms/202607/15/rcv.YNA.20260513.PYH2026051318970005700_R.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