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여러 지역에서 홍수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는 가운데 유독 강원도 강릉만은 심각한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강릉에 공급되는 생활용수 대부분을 담당하는 오봉댐 저수율이 14%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기후위기의 현실 속에서 강릉의 극심한 가뭄은 2008년 강원도 태백 지역에서 경험했던 위기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당시 태백은 겨울철 강수량 부족과 광동댐 저수율 급락으로 무려 88일간 제한급수를 겪었고, 주민 생활과 지역 산업이 큰 피해를 보았다.
올해 강릉 가뭄 역시 장기적인 강수량 부족과 특정 물 공급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2008년 태백과 2025년 강릉 사례는 강수량 등 기상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물 공급 구조의 취약성과 대응 체계 미흡이 결합될 때 지역 사회 전체가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가뭄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홍수에서도 피해 최소화에 홍수 대응 골든타임이 중요한 것처럼 가뭄에서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골든타임을 고려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보통 가뭄 발생 이후 3개월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며, 이를 가뭄 대응 골든타임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수자원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뭄 진행 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가뭄 초기에는 물 절약 캠페인과 누수 관리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가뭄이 지속되면 제한급수와 대체 수원 확보 등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가뭄 징후와 진행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가뭄 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가뭄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가뭄 진행 단계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 상황에 적시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영향으로 극한가뭄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강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3개월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가뭄 대응 골든타임 시기 대책 효과는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통합 분석함으로써 가뭄 발생을 조기에 탐지하고 지역별 위험도를 보다 세밀하게 전망할 수 있다.
위성 관측을 통해 토양 수분과 식생 상태를 광역적으로 파악하고 댐과 같은 주요 물 공급원의 공급능력 변동의 신속한 파악은 국지적 관측망이 부족한 산간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의 접목을 통해 가뭄 징후 포착 후 3개월 동안 보다 정확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가뭄은 더 이상 예외적인 재해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8년 태백의 경험과 현재 진행 중인 강릉의 위기는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전하고 있다. 가뭄 감시 시스템을 통해 사전 징후를 신속히 포착하고 3개월의 골든타임 동안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단계별 대응을 실행하는 것, 그리고 AI와 위성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가뭄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물관리와 지역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 jwmoon@k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