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관 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 수석부회장 jkjung62@gachon.ac.kr
우리나라는 GDP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약 5%)이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1위다. 특허출원도 세계 5강에 속한다. 그러나 연구개발 결과의 활용에 의한 일자리 및 소득 창출은 선진국 중 최하위에 속한다. 그만큼 연구개발 성과의 활용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개발이 시급하다.
연구개발성과의 활용 및 확산에 의한 고용 및 소득 창출, 국제경쟁력 확보의 가장 유력한 전략으로 선진 경제권에서는 딥 테크 스타트업(Deep Tech Startup, DTSU)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미국을 세계 경제 패권자로 만든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MS) 및 테슬라, 엔비디아 등도 사실은 딥 테크 스타트업 출신이다. DTSU가 유니콘, 데카콘으로 성장 발전하면서 수십만의 고용과 엄청난 소득을 창출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경쟁력을 획득, 유지하는 것이다. DTSU는 어떤 사업 형태보다 투자유치 비율이 높으며 이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고용과 소득을 창출한다.
딥 테크란 한 마디로 고도첨단기술을 의미하고 그 종류 및 유형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증가할 것이다. 대표적 기술로는 인공지능·기계학습(AI/ML),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양자기술, 로봇기술, 신소재기술, 우주항공기술, 차세대 에너지 기술, 스마트농업기술, 탄소중립기술 등이 있다. 벤처는 이미 40~50년 전부터 사용한 낡은 개념이라 선진 경제권에서는 벤처보다는 DTSU란 용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DTSU 창업이 유니콘을 넘어서 데카콘급으로 성장, 발전한 사례가 있다. 얼마 전에 삼성전자가 M&A한 레인보오로봇이나 최근 주가가 액면가의 725배나 기록한 알테오젠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여 성공한 DTSU다.
DTSU는 출구까지 약 15년간이 소요돼 지속적인 투자와 현금 흐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투자가 대부분이고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AC, VC 등의 투자보다는 대기업과의 제휴·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기업이 DTSU와 제휴하는 것은 금전적 이익보다는 전략적 이익에 더 초점을 둔다. DTSU는 고도첨단기술이라서 그 보호를 위해 지식재산권(IPR)에 의한 보호와 대기업 등에 의한 기술 도용 방지가 중요하다.
국가는 DTSU가 글로벌 차원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DTSU를 지원할 수 있는 DTSU육성 총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CVC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이 DTSU와의 제휴·협력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거래를 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을 상세 규정화해 DTSU를 보호해야 한다.
한국은 GDP대비 연구개발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세계 5위안에 드는 특허출원 강국이다.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 중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도 있고, 전국에 분포한 연구개발 특구 본부와 강소 특구 도시가 있다. 이미 설립한 연구소기업도 2000개가 넘는다. 또 전례가 없을 정도의 국제공동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어 글로벌로 통용되는 DTSU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진출, 한국에서 설립된 DTSU가 이들 기업과 제휴·협력한다면 단번에 글로벌 DTSU가 될 수 있다.
글로벌 DTSU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에 혼재한 연구성과 활용, 확산 지원을 위한 제도, 정책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일본의 범부처·범정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처럼 한국 나름의 DTSU 정책이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