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정보 공시 Q&A 24회
Q. 금융기관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데도 왜 ‘금융배출량’을 관리하고 공시해야 하나요?
금융기관이 자금을 어떤 산업과 기업에 배분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 온실가스배출 구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은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기후 전환의 핵심 주체로서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제조나 물류 같은 탄소집약적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스코프 1(직접배출)이나 에너지 사용에 따른 스코프 2(간접배출)는 미미합니다. 그러나 대출과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을 간접 지원하면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커집니다. 이는 스코프 3 카테고리 15에 해당하며, ‘금융배출량’으로 불립니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전체 배출량 중 95~99%가 금융배출량이라는 점에서 이를 제외한 탄소중립 목표는 실질적 감축 없이 선언에 그칠 수 있습니다. 금융배출량은 대출·투자 자산별로 피투자 기업의 배출량을 추정하고, 자본 기여도에 따라 비례 배분해 산정합니다. 국제 산정 기준은 탄소회계금융협의체(PCAF) 가이드라인이며, 7개 자산군별로 다른 계산 방식을 제시합니다. 대표적 산정 방식은 ‘금융 잔액을 총자본과 부채의 합으로 나눈 값’에 차주사 또는 피투자 기업의 배출량을 곱하는 것입니다. 배출량 데이터가 없는 경우 산업 평균값이나 사업 유형 기반의 추정 모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배출량 관리는 글로벌 규제 환경과 투자자 요구에 따라 필수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후 공시(IFRS S2) 등은 금융기관에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공시기준서(KSSB) 제2호도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금융배출량 항목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정량 목표 설정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 과제는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PCAF 기반의 금융배출량 측정 체계 구축. 자산군별 기준 정립과 ESG 데이터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수입니다. 둘째, 중장기 감축목표 및 전환 시나리오 수립.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등과 연계해 글로벌 대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포트폴리오의 저탄소 전환 전략 실행. 고탄소 자산을 축소하고 전환 계획이 명확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투자 심사 기준에도 감축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은 전사적 관점에서 고탄소 자산을 저탄소 대체 수단으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리스크·수익성 분석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금융배출량 감축과 수익성 확보의 균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금융기관은 단순한 자금 제공자를 넘어 ‘전환 촉진자(Transition Enabler)’로서 자본 흐름을 저탄소 방향으로 재배치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2050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자본 흐름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며, 금융기관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오금택 NH투자증권 ESG추진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