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집값상승 기대에 막차 수요…지난달 가계빚 6조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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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금융권 가계대출 7개월만에 최대폭 증가
은행 주담대 4.2조 늘어…2금융권도 1.5조↑
대출 한도 축소 규제 앞두고 영끌·빚투 늘어
당국 "수도권 주담대와 대출 규제 우회 점검"

  • 등록 2025-06-11 오전 11:59:56

    수정 2025-06-11 오후 8:33:19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6조원 증가하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금리 인하, 집값 상승 기대 등으로 ‘영끌’ 대출이 늘고 있고 주식·코인 등 ‘빚투’도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다음 달 가계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까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가 가계 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출 막차 수요에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7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6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10월(6조 5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2월 4조2000억원, 3월 7000억원, 4월 5조3000억원에 이어 넉 달 연속 증가세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끄는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주담대는 5조 6000억원 늘어 전달 증가폭(4조 8000억원)보다 커졌다. 은행권 주담대가 4조 2000억원 증가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주담대도 1조 5000억원 늘었다. 1·2금융권 모두 전달보다 증가 폭이 커진 것이다. 신용대출은 8000억원 늘어 전달(1조 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다소 줄었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 가계대출이 자체 주담대 증가로 5조 2000억원 증가했으며 2금융권 가계대출은 8000억원 늘었다. 은행은 자체 주담대 증가 폭이 2조 5000억원으로 전달(1조 9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 늘었다. 2금융권 중 상호금융권 대출은 증가 폭이 전달 3000억원에서 8000억원을 커졌다. 저축은행은 4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1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주택 시장 호조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로 인하했고 하반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적용 이후 급감했었지만 5월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5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5482건으로 4월 거래량(5368건)을 웃돌았다.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5월 매매 건수는 7000건 안팎에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3월 1만 196건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토허제 확대 이후 급감했는데 한 달여 만에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3단계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고 민주당 정권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까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해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 미뤘다가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도 한동안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시장 상황이 기조적인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3월 하순 이후 과열 양상이 조금 진정됐다가 5월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폭이 다시 확대하고 있고 거래량도 충분히 줄지 않고 있어 당분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 과열 시 추가 규제 즉각 시행”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면 추가적인 규제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으나 최근 금리 인하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증가세 확대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일관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시장 과열 발생 시 준비된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연계돼 주담대 증가 규모가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금융사의 주담대 취급 실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대출 취급 과정에서 대출 규제 우회 사례가 있는지 집중 점검에 나선다. 은행은 자체적으로 과잉 대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살핀다.

또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높은 은행에 대해서는 관리 방안 협의 등 구체적인 조치를 할 예정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한 2금융권도 업권별 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출 관행, 추이 등을 면밀히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이달부터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예정대로 시행한다. SGI서울보증보험은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3일부터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강화한다. 보증 비율을 낮추면 은행 등 금융사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어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의 추가 재제 조치로는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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