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금값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투기 세력들이 들어오면서 영향력과 변동성이 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중앙은행의 수요 완화와 중국 인도등의 수요 증가 정체로 금값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고수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 날에 이어 1.68% 하락한 온스당 4,0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앞서 런던 시장에서도 현물 금값은 4,1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며 이틀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전 날 현물 금값은 런던과 미국 시장에서 장중 6% 가까이 폭락하면 12년만에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급락에도 금값은 올들어 여전히 50% 넘게 상승했다. 3월에는 트로이 온스당 3,000달러, 10월에는 4,000달러라는 주요 심리적 저항 수준을 돌파했다. 이는 1979년 이래 가장 큰 연간 상승세로 기록된다.
로이터는 올해 금의 상승세를 이끈 요인으로 정치적 긴장과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 그리고 최근에는 FOMO(나만 기회를 놓친다는 두려움)에 따른 추종 구매 열풍을 들었다.
세계 금 협의회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존 리드는 "(올해) 랠리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주로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금을 매수했는데 지금은 서구의 투자자들이 금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들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도 이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20일에 금은 1온스당 4,381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전에만 해도 이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고 평생 이런 가격을 볼 것으로 기대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1년전 런던 금시장협회 회의에 참석한 금업계 대표단은 1년 후 금 가격이 2,941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괴는 전 날 5년만에 최대폭으로 5%대 매도세를 보인 후 시장의 상대 강도 지수가 7주만에 처음으로 ‘매수 과다’에서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줄리어스 베어의 분석가인 카르스텐 멘케는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 이후 가격 조정은 드문 일이 아니며, 건전한 것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금값은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만 20% 상승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최근의 연준 완화 주기에 통상 금값이 오르던 것과 비교해도 올해 금값 상승이 훨씬 앞섰다.
MKS PAMP의 금속 전략 책임자인 니키 쉴스는 "이전 금리인하 주기에서는 미국 증시가 사상최고치가 아니었다”며 지금은 시장에서 거품론이 나오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의 거품이 계속 커질 여지가 있어 보이며 금가격이 4,500달러를 넘어서면 소매 투자자의 FOMO 심리만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 가격은 지난 2년 사이 두 배로 상승했다. MKS PAMP가 계산한 이전 최고치인 1980년 당시의 명목 가치 850달러를 인플레이션 조정한 가치인 온스당 3,590달러도 훌쩍 넘어선다.
시장 전문가들은 S&P500의 상승세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 금 매수는 증시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이뤄졌지만, 역사적으로는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면 금을 포함한 안전 자산도 매도되는 경향이 있다.
HSBC의 분석가 제임스 스틸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현금을 조달하거나 증거금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금 보유 청산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지난 2022년 후반부터 외환 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을 늘려왔다. 이미 가격 상승으로 자동으로 중앙은행의 보유 자산 가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MKS의 쉴스는 "중앙은행들은 이미 포트폴리오 한계점에 도달했을 것이며 장기 기관투자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2026년에 투자 모멘텀이 둔화될 경우 중국 인도 등의 보석 부문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실물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금 수입량이 톤수 기준으로 26% 감소했다. 인도의 1월부터 7월까지 금 수입량은 25% 감소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