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필수품 된 '트로피', "내년부턴 '요격용 드론'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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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돔'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
전차 '수호자'인 능동방호체계 선두주자
"승무원 탄 전차에 APS는 필수"
K-2에 트로피 탑재, KAPS 개발에도 참여

지난달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메르카바4 전차 두 대가 100m 전방에 하마스의 대전차부대를 두고 정지해있다. 카메라가 달린 전차 좌측에 있는 메르카바4 포신 옆으로 순간 폭발이 일었다. 하마스의 RPG7 공격에 충격파가 퍼졌지만 메르카바4는 멀쩡했다. 이스라엘 대형 방산회사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APS)인 트로피가 RPG7의 로켓을 요격한 것이다.

스타스 아이드먼 라파엘 마케팅 매니저가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ADEX에서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APS)인 트로피의 요격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스타스 아이드먼 라파엘 마케팅 매니저가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ADEX에서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APS)인 트로피의 요격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이스라엘의 예비역 장교가 촬영해 22일 대형 방위산업회사인 라파엘이 공개한 영상이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ADEX의 세부 세미나에서 라파엘의 스타스 아이드만 매니저는 "전차 승무원들은 RPG7이 날아오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시가전에서 100m 전방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승무원이 타는 전차를 APS 없이 전장에 투입해선 안 된다"며 "향후 전장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저가 드론'에 대응할 수 있게 '요격용 드론'을 내년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APS의 표준으로 불리는 트로피는 우리 군의 주력 전차인 K-2의 폴란드 수출버전(K2PL)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전차무용론'의 대응책으로 떠오른 APS

아이드만 매니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소된 전차 사진과 최근 이스라엘 전쟁에서 RPG 공격을 받고도 임무를 지속하는 자사의 전차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 차이를 만든 '요술 방망이'가 트로피 시스템"이라고 했다.

10년 전에 비해 전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게 아이드만 매니저의 설명이다. 저렴한 RPG와 대전차미사일, 드론 등 고가의 전차를 무력화하는 무기가 이미 실전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건물과 장애물이 많은 도심 환경이나, 은엄폐가 용이한 개활지 모두에서 전차는 360도 전 방향, 상부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아이드만 매니저는 "11명의 병사가 탑승하는 장갑차(APC)나 4명의 승무원이 타는 전차를 APS 없이 작전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로피 시스템은 4개의 레이더가 360도 전 방향을 지속적으로 스캔하며 위협을 탐지한다. RPG나 대전차 미사일 같은 위협이 감지되면, 시스템은 즉각 위협의 궤적을 계산하고 대응탄(요격체)을 발사해 위협이 전차에 닿기 전에 무력화시킨다.

아이드만 매니저는 "비디오 게임으로 치면, 모든 전차에 4개의 생명이 추가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 장전 장치 덕분에 여러 번의 공격을 연속으로 방어할 수 있다. 시스템은 위협을 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격이 날아온 원점의 좌표까지 정확히 식별해 아군이 즉각 반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타스 아이드먼 라파엘 마케팅 매니저가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ADEX에서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APS)인 트로피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스타스 아이드먼 라파엘 마케팅 매니저가 2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ADEX에서 라파엘의 능동방호체계(APS)인 트로피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2010년 출시 이후 4차례 전쟁 경험

라파엘은 연이어 지난해 촬영한 전투 영상을 공개했다. 가자지구의 터널과 레바논 국경의 바위 뒤에서 발사된 RPG 공격이 트로피 시스템에 의해 허공에서 폭발했다. 아이드만 매니저는 "적군이 자신들의 공격 성공을 확신하며 촬영한 영상이 역설적으로 트로피의 성능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로피의 성능이 다른 APS에 비해 월등한 건 2010년 첫 실전 배치 후 4차례에 걸친 전쟁을 거쳤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2014년 7월, 2021년 5월, 2023년부터 진행된 가자지구 전쟁을 겪으면서 트로피는 자동장전장치 개발, 시가전 요격률 향상, 드론 요격기능 탑재 등 성능 개선이 이어졌다. 아이드만 매니저는 "적은 항상 우리를 관찰하고 학습하며 한발 앞서 나가려 한다"며 방산업체와 군, 국방부 간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트로피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했다. 지뢰, 급조폭발물(IED) 등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동 장갑, 반응 장갑, APS를 아우르는 '다층 보호' 개념이 필수적이다. 그는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능동방호체계(APS)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통합한 전체 방호 체계(FPS)"라고 힘줘 말했다.

K-2 필수품 된 '트로피', "내년부턴 '요격용 드론'도 단다"

새로운 전차 방어무기...'요격 드론' 등장

저가 드론은 전차 부대의 최대 고민거리다. 라파엘은 내년 중으로 요격 드론을 선보일 계획이다. 트로피로 고가의 대응탄을 소모하지 않고도 드론을 제거하기 위한 솔루션이다. AI가 접근하는 위협의 종류를 판단해, 기존 요격체를 사용할지 혹은 요격 드론을 출격시킬지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한국과의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대로템이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모델에 트로피 APS를 탑재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이 맡고있는 하드킬 방식의 한국형 능동방호체계(KAPS)에도 라파엘이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이드먼 매니저는 "트로피 시스템은 현대로템과 협력하여 한국에서 생산될 것이며, 한국 방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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