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는 보석으로서의 금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금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신규 보석 수요는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을 사치재로 소비해왔던 인도, 중국 등에서 금 수입이 줄어들면 금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은 24일(현지시간) 온스당 3020달러 안팎에서 마무리되며 지난 14일 이후 줄곧 3000달러 선 위에 머물러있다.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에 힘입어 금 가격은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해 들어서만 금값은 15% 이상 올랐다.
금값 상승에 따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실제 소비 시장에서 금 수요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특히 중국과 함께 금 소비가 많은 인도에서 수요 감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연간 700~800t(톤)의 금을 소비하는 세계 2위 금 소비국으로 대부분의 금을 수입해 조달한다.
프리트비라지 코타리 인도 금속상공업자협회(IBJA) 회장은 “구매자들은 금 가격 상승 추세를 따라가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구매자들의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며 “금값이 올해 내내 이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인도의 금 수요는 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현재 인도의 결혼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도 보석상들은 ‘고객들의 수가 예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새로 보석을 구입하는 대신 오래된 금을 팔고 새로운 금으로 교환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중동 역시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바이의 한 금속상은 “인도 관광객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두바이에서 금을 구매하는데, 이들조차 금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높아진 금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보석용 금의 크기를 줄이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금을 투자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금을 장신구로 가공하기 위한 세공 작업에 돈을 지불하는 대신, 순수하게 투자 가치를 보존하고자 금괴를 구매하는 것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