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삽니다"…13년 만에 마음 바꾼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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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3년 이어온 금 매입 동결기조 바뀐다
"현물 금 매입 비롯 다양한 방안 검토"
경제연구원, 외환보유액 다변화 필요성 권고

  • 등록 2026-07-23 오전 5:05:03

    수정 2026-07-23 오전 5:05:0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금값도 못 맞히나.” “금값이 이렇게 오르는데 여태 금 안 사고 뭐했나.”

13년 동안 현물 금 매입을 중단하며 여러 비판을 들어온 한은이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량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를 늘리는 흐름에 한은도 뒤늦게 합류하는 셈이다.

최근 금값이 고점 대비 30%가량 크게 하락하면서 한은이 실제 금을 사들이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현물 매입 등 다양한 방안 검토”…이자로 금 받는 방안도

22일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량을 늘리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금 매입에 대해 보수적이었으나, 외부 의견과 최근 변화된 환경 등을 고려해 금을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확대 방안으로는 직접적인 현물 금 매입뿐만 아니라, 영국 영란은행(BoE)에 보관 중인 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수익을 현금 대신 금으로 받는 방식 등이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불리언 뱅크(bullion bank)’ 등에 금을 대여해주는 대가를 달러로 받고 있는데, 이는 금 보관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는 규모다. 한은은 과거에도 금 대여 이자를 현금 대신 금으로 받은 적이 있다.

한은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금 매입은 매년 외환보유액 운용 방안을 세울 때 늘 검토하던 사안”이라며 “현물 매입을 포함해 금 상장지수펀드(ETF)나 선물 포지션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보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한은은 최근 해외 상장 금 현물 ETF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 등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

내부 ‘빌드업’ 완료…저가 매수 타이밍 보나

한은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지난달과 이달 잇따라 최신 해외 학술 정보를 소개하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와 ‘금의 대안적 완충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지정학적 분절화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금융 제재로부터 안전한 대안적 준비자산(Non-seizable asset)으로서 금의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 비중 확대의 타당성을 쌓는 내부 ‘빌드업’ 작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경제연구원측은 지난달 26일에는 관련 논문을 소개하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와 가치 하락 리스크에 대비하여 외환보유고 운용 전략을 점검하고, 금을 포함한 통화 구성 다변화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난 10일 발간한 자료에서는 “대외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면 외환보유액의 총량 확보뿐 아니라, 달러와 금을 포함한 준비자산의 구성과 스왑·레포 라인 등 국제 유동성 안전망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준비자산 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값 조정 국면을 매입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트로이온스(31.1g)당 5600달러를 돌파했던 금 선물 가격은 최근 급락하며 4000달러 부근에서 지지선을 탐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자산 가격기 떨어질 때 사는 것이 맞는지, 올라갈 때 사는 것이 맞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서 “가격적인 면에서 작년보다는 내려온 상태라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상향 추세 속 단기 조정일지 추세적인 하락기인지에 따라 매수 타이밍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한은, 금 보유량 13년 간 제자리 이유는

한은은 지난 2013년 금 20톤을 매입한 이후 지금까지 13년째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았다. 외환보유액 내 총 금 보유량은 104.4톤이며, 매입 당시 원가 기준으로 47억 9000만달러로 6월 말 기준 전체 외환보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다. 평가액으로 따지면 비중이 더 커지겠지만 한은은 장부가 기준으로 계산한다.

한은측은 장기간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는 이유로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 자산에 비해 유용성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금은 이자나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보관 비용이 들며, 전통 자산에 비해 유동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은 크다는 점이 주된 기피 요인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금 매입 중단기(2013년 3월~2026년 3월)중 선진국 주식지수(MSCI World)의 수익률(배당 포함)은 281%로 금 수익률(196%)을 웃돈다.

외환보유액이 위기 시 동원해야 하는 ‘비상금’이라는 점도 금 투자에 신중했던 이유 중 하나다. 금은 안전자산이지만 필요할 때 대규모로 처분하기 쉽지 않아 외환보유액 운용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한은의 기존 판단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비공식적으로 ‘과거 트라우마’가 금 매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한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도 있다.

2011~2013년 당시 전체 금 보유량 중 90%에 가까운 90톤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직후 금값이 폭락하면서 큰 평가손실을 입었고, ‘한은이 사면 고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였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서를 통해 “향후 금 비중 확대는 외환보유액 운용 원칙에 충실한 가운데 외환보유액 변동 추이,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보아가며 결정할 계획”이라며 “특히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대미투자 관련 불확실성, 전통적인 자산 간 상관관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실물 금 이외에도 금 ETF 등으로 투자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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