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와 해상도 위주 시장에서 뇌가 인지하는
안락함으로 패러다임 전환
독일 튀빙겐대, 시계 불선명도가
전전두엽 활성화와 인지 과부하 유도 입증
이 같은 전환점은 착용자들이 빈번히 겪는 생활 속 피로감에 기반한다. 수치상 시력은 적합함에도 장시간 근무 후 시계가 흐려지거나, 시선이 머무는 정보량이 많아질 때 안구보다 두통이나 상반신의 피로가 먼저 찾아오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증상을 단순 과로, 안구 수분 부족, 시력 변동 등으로 치부했으나, 학계는 미세한 흐림이나 상의 뒤틀림을 보정하기 위해 중추신경계가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물의 인지는 안구가 광학적 신호를 수용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눈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기관일 뿐, 최종적으로 형태와 원근, 명확성을 판별하는 주체는 대뇌다. 전자기기 화면을 응시하다가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시각 중추는 쉴 새 없이 정보를 재정렬한다. 이러한 안구 운동이 매일 반복되면서 신경계의 피로 역시 누적되는 구조다.
특히 교정 렌즈의 광학적 특성은 이 연산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인 렌즈는 정중앙의 투과율은 높지만 가장자리로 갈수록 굴절 왜곡이나 흐림 현상이 미미하게 발생한다. 착용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대뇌는 상을 고르게 맞추기 위해 지속적인 보정 작업을 수행한다. 정면은 깨끗하게 보임에도 시선을 측면으로 돌릴 때 어지러움이나 피로를 쉽게 느끼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이러한 불완전한 시야와 신경계 부하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밝힌 실증 연구도 등장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연구진은 개최된 국제 시각과학 학회(VSS)에서 뇌파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미세 소자를 정밀하게 배치하는 과제를 부여한 뒤, 시야의 투명도를 다르게 조절하며 수행력과 뇌파(EEG)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분석 결과 시계가 불투명해질수록 작업의 정확도는 낮아진 반면 피험자가 체감하는 정신적 부하율은 상승했다. 특히 뇌파 측정 결과 고도의 집중과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영역의 활성도가 대폭 증가함이 확인됐다. 이는 불분명한 시각 정보를 메우기 위해 고차원적 인지 기능이 추가로 동원되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다. 잘 보이는지 여부를 넘어, 시각의 질이 신경계의 에너지 소모량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광학업계는 단순 물리 규격을 넘어 수용 체계의 안락함을 극대화하는 설계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주변부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초점 심도가 변화할 때 상의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기법이 핵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렌즈를 투과한 상이 대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형태를 보정하는 기술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물론 일상적인 안구 피로의 요인을 특정 제품의 유무로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수면의 질이나 주변 조도, 안구건조증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품 선택의 척도가 단순 시력 교정에서 일상 전반의 인지적 부담 완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미 해외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준이 빠르게 안착하고 있으며, 시장의 판도 또한 사용자 중심의 다각적 편안함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김상준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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