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지각변동…전통강호 '부진' · 중국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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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지각변동…전통강호 '부진' · 중국 '부상'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혼다와 스텔란티스 등 전통 강호들이 판매 부진에 빠진 가운데 비야디(BYD)가 지난 1분기 110만 대를 돌파하며 세계 7위에 등극한 것이다. 중국 회사들은 1분기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 증가분의 75%를 차지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남은 기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車 판매 증가분의 7할이 中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최근 자동차 시장 현황 및 주요 이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59개국)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2217만4000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완성차 지각변동…전통강호 '부진' · 중국 '부상'

국가별 판매량은 중국이 746만7000대로 전년 동기(671만7000대)보다 75만 대(11.1%) 증가해 1위를 유지했다. 올 1분기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 증가분(99만3000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중국이 1분기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을 이끈 셈이다. 이어 미국(402만6000대·3.3% 증가), 인도(143만5000대·2.2%), 일본(128만3000대·13.6%) 등이 2∼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38만8000대로 12위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호 책임연구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과거 성장 경로로의 복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주로 중국, 미국에서 기인한 것인데 특히 중국은 2024년 판매량 증가분의 49%, 1분기 판매량 증가분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BYD는 전년 동기 대비 62.7% 증가한 110만2000대를 팔아 순위를 7위까지 끌어올렸다. BYD는 2022년 연간 판매량이 189만 대에 그쳐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2023년 313만6000대, 2024년 452만3000대로 급성장했고, 올 1분기에는 포드(8위) 혼다(9위) 등을 제쳤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한 96만8000대로 10위에 안착했다.

올해 1분기 ‘톱3’는 도요타(241만3000대), 폭스바겐(204만5000대), 현대자동차그룹(163만 대)으로 순위 변동은 없었다. 이어 4~6위는 르노·닛산·미쓰비시(152만6000대), 제너럴모터스(GM·137만4000대), 스텔란티스(132만3000대) 순이었다.

◇전기차 시장 회복…테슬라·BYD 1위 경쟁 치열

올해 1분기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전기차는 38.5% 증가한 280만90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27.3% 늘어난 140만3000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카(HEV)는 18.4% 증가한 272만1000대 팔렸다. 중국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각각 60.6%, 76.1%를 점유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비교적 국가별 집중도가 낮았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에서 도요타(99만8000대), 르노·닛산·미쓰비시(29만3000대)에 이어 3위(24만7000대)를 차지했다.

기아 EV3는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4위(2만6000대)에 올랐다. 이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전기차 판매량 성장이 둔화하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1분기 전기차 성장률이 크게 개선되면서 회복 기대가 고조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BYD 38만5000대, 테슬라 33만6000대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테슬라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감소했다. 모델Y 신형 인도가 시작된 4월 이후에도 유럽 주요국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줄어든 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반(反)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BYD는 올 4월 유럽에서 1년 전 동기보다 169% 급증한 7231대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7165대)를 넘어섰다. BYD가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량을 제친 건 처음이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벨로의 중고차 딜러십에 가격표가 붙은 포드 머스탱 차량이 진열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벨로의 중고차 딜러십에 가격표가 붙은 포드 머스탱 차량이 진열돼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관세정책 '후폭풍'…볼보·폭스바겐 포함 완성차업체 잇단 구조조정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올해 1분기 커졌지만 2분기에도 지속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본격화해 하방 리스크 우려가 부상하고 있어서다.

최근 완성차업계에선 감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신생 전기차 업체 약진으로 자동차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관세 정책 등이 겹치며 일부 기업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볼보자동차는 직원 30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스웨덴 본사 사무직 1200명, 컨설턴트 1000명, 그 외 지역 사무직 등이 대상이다. 이는 전체 볼보 직원의 7% 수준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볼보가 최근 발표한 180억크로나(약 2조6000억원) 비용 절감 및 현금흐름 개선 계획의 일환이다. 호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산업이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금흐름 창출을 개선하고 구조적으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볼보가 대부분 차를 유럽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볼보는 이런 이유로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2%, 60% 급감했다. 다국적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에 대응해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미국 내 부품 공장 직원 900명을 일시 해고했다.

일각에서는 전통 완성차 회사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시작되기 전에 이런 분위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닛산은 지난해 10월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최근 그 규모를 직원(13명의) 15%인 2만 명으로 확대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3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지난해 말 노사가 합의했다.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국에서 판매가격 책정을 두고 고심하고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두 달째에 접어들자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미국에서 판매 가격 책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관세 발효 전에 수출한 ‘비관세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다. 미국 리서치 기업 앤더슨이코노믹그룹에 따르면 관세로 미국 내 수입 고급 차량은 2만달러, 저가 차량은 2500~4500달러 인상될 수 있다.

일부 완성차 회사는 미국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포드는 지난달 픽업트럭 매버릭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롱코스포츠 등 3개 차종 가격을 최고 2000달러 올렸다. 스바루도 일부 신차 모델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재고 수준과 경쟁사 동향을 반영해 가격 인상 폭과 시점을 조율할 방침이다. 사무엘손 CEO는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가 질 것”이라며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일부 저가 모델은 미국 수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가격 탄력성이 낮은 대형 차량부터 미국 판매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4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엔트리 레벨(저가 차량) 가격이 3000~4000달러(약 415만~553만원)씩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가 차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격을 올리면 차를 안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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