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도시에서 열린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반대 시위에 관광객들이 물총을 맞는 일이 벌어졌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과잉 관광 반대 시위에 참여한 600명의 시위대는 '관광객은 집에 돌아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고급 브랜드 매장과 호텔이 늘어선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
시위대는 거리에서 마주친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쐈다.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시위대의 물총을 맞은 한국인 관광객은 "우리를 동물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위대는 호텔 앞에서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연막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신들의 휴가는 나의 고통" 등의 구호를 외치던 시위대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건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경찰에 차단됐다.
이비자와 말라가, 마요르카, 그라나다 등 스페인의 다른 관광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마요르카에서는 시위대가 관광버스를 멈춰 세우고 조명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시위대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며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시위를 전개했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는 "현재 관광 모델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택 위기와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관광객 대상 숙박 공유를 통해 임대보다 높은 이익을 얻으면서 집주인들이 임대를 중단하거나 임대료를 올려 결국 주민들을 위한 저렴한 거주지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인구 160만명의 바르셀로나에 지난해 관광객 2600만명이 다녀갔다. 시위대는 관광객 수를 줄이지 않는다면 지역사회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르셀로나는 오는 2028년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임대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과잉 관광 대책으로 도시 입장료를 도입했다.
올해 유럽에서 관광객들의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8380억달러(약 114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