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가능성 커지자
국제금값 올해 20% 떨어져
은행 골드뱅킹 4000억 감소
올들어 처음 잔액 2조 밑으로
연초 달아올랐던 ‘골드 러시’가 한풀 꺾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국제 금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6개월 만에 2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사재기에 품귀 현상까지 낳았던 골드바 판매액이 급감하며 실물 금 수요 역시 둔화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뱅킹을 운영하는 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합산 잔액은 1조9850억원(6월 1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2조원대 아래로 내려간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골드뱅킹은 금 실물을 보유하는 대신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최근 골드뱅킹 잔액 감소는 투자자 이탈과 평가액 하락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자가 실제로 돈을 빼지 않더라도 보유한 금의 평가액이 줄면 전체 잔액이 감소한다. 여기에 금값 추가 하락을 우려한 일부 투자자가 환매에 나서면서 잔액 감소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골드뱅킹 잔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빠른 속도르 불어났다. 2023년 말 5177억원이던 잔액은 2024년 말 782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1조9296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국제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면서 잔액도 2조4434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금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은 이달 16일 기준 온스당 435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 최고점(약 5300달러) 대비 20%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금값 하락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자리한다.
시장은 향후 금리가 오르면 기축통화인 달러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질수록 투자 매력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한때 금값 상승에 사재기 열풍까지 발생했던 실물자산인 골드바도 연초 대비 판매액이 반 토막 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16일 기준 골드바 판매액은 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판매액(900억원) 대비 약 4분의 1 수준이다.
아직 6월 판매 기간이 남았지만, 지난 5월 판매액(455억원)을 기준으로 봐도 50% 급감한 수치다. 골드바 판매액 역시 올 1월 고점을 찍은 후 2월(542억원), 3월(523억원), 4월(491억원) 등 금 시세 하락에 따라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는 골드바 재고를 찾는 문의가 많았지만 현재는 가격 흐름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들어 코스피가 폭등하는 등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불장’을 기록하면서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험자산인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오르면서 금에 투자해야 하는 요인이 줄었다는 얘기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반도체 주식 등 일부 자산으로 쏠리면서 금에 대한 투자도 위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커지거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해지면 금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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