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형원전은 경북 영덕, 국내 첫 SMR은 부산 기장에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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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원전 2기 2037∼2038년 준공
기장 소형모듈원자로는 2035년 목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1, 2, 3, 4호기. 2024.5.7 ⓒ 뉴스1

한국수력원자력 고리1, 2, 3, 4호기. 2024.5.7 ⓒ 뉴스1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이,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이 각각 선정됐다. 신규 원전 후보지가 정해진 것은 2012년 영덕 천지원전(현재 백지화) 부지 선정 이후 14년 만이다. 실제 완공된 원전을 기준으로는 경북 울진군 신한울 1~4호기 이후 24년 만이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이 신규 원전 후보지를 의결했다. 대형 원전 평가에서는 영덕군이 91.01점으로 울산 울주군(82.63점)을 앞섰다. SMR 평가에서는 기장군(87.11점)이 경북 경주시(84.56점)보다 높았다.

평가위는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4개 분야를 종합 평가했다. 이번 공모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회 동의서를 첨부해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민 수용성도 중요하게 반영됐다.

영덕에 세워질 대형 원전 2기는 각각 1.4GW급으로 완공되면 60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기장 후보지의 SMR은 대형 원전 1기 출력의 절반 수준인 0.7GW급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번 선정은 후보 부지를 정한 단계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원개발사업 예정 구역으로 지정해야 부지가 최종 확정된다. 정부와 한수원은 2031년 착공해 SMR은 2035년, 대형 원전 2기는 2037년, 2038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원전 건설 허가가 난 것은 2024년 9월 신한울 3·4호기로 2032~2033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공사 중인 새울 3, 4호기(옛 신고리 5, 6호기) 모습. 2026.1.26 ⓒ 뉴스1

울산 울주군 서생면 공사 중인 새울 3, 4호기(옛 신고리 5, 6호기) 모습. 2026.1.26 ⓒ 뉴스1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후보지가 정해지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나온다. 신규 원전 건설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은 뒤처지면서, 앞으로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반도체 공장 등으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의 건설 필요성 등을 재검토했지만, 올 1월 국민 여론조사와 전력 수요 전망 등을 토대로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확대로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발전소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형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은 원전 건설이 한 차례 중단됐던 지역이다.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대는 2012년 천지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17년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이 중단됐다. 이번 결정으로 14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원전 건설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영덕에 들어설 대형 원전 2기는 각각 설비용량 1.4GW인 한국형 원전 APR1400으로 지어진다. 두 원전의 전체 설비용량은 2.8GW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전력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부산 기장 SMR을 2035년, 영덕 대형 원전 2기를 각각 2037년과 2038년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원전은 경제성을 위해 보통 2기를 함께 짓는다.

후보지를 선정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지질·지진·해양환경 조사와 환경 영향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과 실시계획 승인도 필요하다. 토지 보상, 주민 의견 수렴 과정 등에서 갈등이 불거지면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새울 3·4호기는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각각 24년과 25년이 걸렸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동의를 확보한 뒤 직접 신청하는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부지 확정 이후 통상 2, 3년이 걸렸던 주민 설득 절차를 공모 단계로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에 발맞추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문제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로 보낼 송전망 확충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원전이 예정대로 준공되더라도 송전선로가 제때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과 산업단지로 충분히 보내기 어렵다. 신규 대형 원전 부지가 정해지며 발전설비 확충이 본격화한 가운데 송전망 건설은 송전탑 설치에 대한 주민 반발과 보상 갈등, 인허가 지연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발전소와 송전망의 건설 속도 차가 커지면 신규 원전이 전력 공급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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