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이후 한국도 급격히 수입을 늘렸던 미국산 원유에 붙던 전시위험 프리미엄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공식 서명을 앞두고 미국산 원유 현물 가격에 대한 전시 위험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주요 수출 기준 원유로 정제 효율이 일정하게 나와 한국 정유사들이 선호하는 경질 저유황유인 마젤란 이스트 휴스턴(MEH) 등급의 경우 현지 시간으로 16일에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됐다. 지난 4월만 해도 WTI보다 최대 8달러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수출됐었다.
멕시코만 연안의 해상 유전에서 시추된 원유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링크 데이터 서비스의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고유황 중질유로 중동산 석유와 유사한 마스 원유는 WTI 대비 배럴당 1달러의 프리미엄만 붙었다. 4월에만 해도 WTI 가격 대비 최대 18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었다. 멕시코만의 최대 해상 유전 중 하나에서 생산되는 또 다른 고유황 중질유 인 썬더 호스 가격 또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원유 시장의 약세는 전쟁에 따른 미국의 석유 수출 호황이 식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었을 당시, 구매자들은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만한 공급처로 미국산 원유를 구매하면서 미국 원유 수출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선물 가격과 달리 실물 원유 프리미엄은 실제 원유 수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트레이더들은 미국 원유 수출량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로의 차익거래 기회가 줄어들면서 수출 모멘텀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석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중동산 원유의 현물 가격에도 나타나고 있다.
중동산 원유의 강세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두바이산 원유의 선물 대비 현물 프리미엄은 3월에 배럴당 65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16일 기준으로 선물가격 대비 현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페르시아만의 석유 공급이 급격히 늘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즉시 인도되는 멕시코만산 원유의 선적 물량도 감소했다. 이는 시장이 즉시 선적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우드 매켄지는 미국 걸프만 원유 가격의 약세 원인중 하나로 글로벌 경쟁 심화로 꼽았다. 또 미국 전략비축유(SPRR)의 지속적인 방출도 "미국내 공급량을 늘리고 멕시코만의 원유 가격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유 선물 시장에서도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브렌트유의 근월물 스프레드(가장 가까운 두 계약 간의 가격 차이)는 화요일에 배럴당 약 25센트로 좁혀졌다. 이는 4월의 12달러 이상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이 스프레드는 단기적인 공급 부족을 가늠하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스프레드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은 당장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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