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로 꼽혔던 독일 제약사 ‘스타다’가 IPO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스웨덴 핀테크 공룡 클라나와 영국 온라인 투자 플랫폼 이토로, 미국 블록체인 기업 써클, 티켓 온라인 구매 플랫폼 스텁허브, 핀테크 기업 차임 등이 줄줄이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나흘만의 발표로, 미국발 관세 공포에 따라 세계 자본시장 불안정성이 커지자 이를 미루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이제서야 IPO가 활성화되나’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대감을 쌓아왔던 글로벌 투자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주요 엑시트 창구로 여겨지는 IPO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빠진 만큼, 다른 엑시트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9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거래소 상장을 노렸던 독일 제약사 스타다는 관련 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발 관세 공포로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이를 잠시 보류하는 것으로, 올해 9월 IPO에 다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895년 약사 협동조합에서 시작한 스타다는 2017년 미국 베인캐피털과 영국 신벤이 53억유로(약 8조 6000억원)에 품으면서 외형을 확장해온 기업이다. 그 결과 스타다는 현재 120여 개국에 일반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전문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타다는 독일 IPO 대어로 꼽혀온 기업이기도 하다. 제약 산업에서의 입지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측면에서 ‘IPO 시 유럽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쏟아져 나왔고, 100억유로(약 16조 2645억원)의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했던 만큼 ‘유럽 IPO 활성화 신호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교역 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긍정적이었던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본시장에선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질 것으로 봤고, 실제 전 세계 주식시장은 변동성을 크게 키웠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쳤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로 했다.
IPO로 엑시트 창구가 열릴 것으로 전망해온 글로벌 투자사들은 다시 긴 터널을 지나게 될 것으로 보면서 울상짓는 모습이다. 맷 케네디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전략가는 한 외신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모든 신호는 2025년을 IPO 반등의 해로 가리켰다”며 “지금은 이러한 기대가 무너졌다. IPO 침체기는 더 오래 갈 것”이라고 전했다.
IPO에 의존했던 투자사들이 엑시트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장의 침체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사들은) M&A를 비롯한 다른 엑시트 대안을 찾아나설 것”이라며 “특히 펀드 만기를 앞둔 곳이라면 M&A 외에도 세컨더리 거래와 배당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