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작년에 집 살걸"…1000만원 깎으려다 '낭패'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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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전경 사진=뉴스1
40대 직장인 박씨는 지난해 7월 막판에 엎어진 아파트 매매 계약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 서울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박씨는 지난해 7월 한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과정에서 1000만원을 깎으려다 거래가 틀어졌습니다. 이후 여름 휴가철과 대출 규제 영향에 시장이 얼어붙자 박씨는 더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집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박씨는 "‘작년에 집을 샀어야 하는데’란 생각이 계속 든다"며 "거래가 줄어들면 호가가 내려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당분간 전셋집에 살면서 매수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까지 불타올랐던 시장은 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9월 대출 규제가 시장 침체를 가속화했습니다.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자산인 만큼 돈줄을 조이자 시장이 바짝 얼어붙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회가 다음날인 4일 새벽 1시께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후 대통령 탄핵으로 이슈가 확대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매, 급전세, 급월세 매물이 적혀있다. 사진=한경DB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매, 급전세, 급월세 매물이 적혀있다. 사진=한경DB

이런 흐름은 지표에서도 나타납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2024년 1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주택 매매 심리는 102.4를 기록해 전월(106.4)보다 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서울은 107.7로 같은 기간 2.1포인트 내렸고, 경기는 1002.로 5.2포인트, 인천은 98.4로 3.7포인트 하락해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소비자의 행태 변화와 인지 수준을 0~200 사이 숫자로 수치화한 것인데요. 수치가 95 미만이면 하강 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통계에서도 매매 심리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첫째 주(6일) 기준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92.4를 기록해 지난해 8월 94.9를 기록한 이후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100을 밑돌면 집을 살 실수요자보다 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많단 뜻입니다.

거래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총 8만 1888건으로 전월(9만 568건) 대비 9.6% 줄어들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거래가 3.9% 감소했습니다.

심리가 악화하고 거래가 부진하지만 서울 아파트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집주인들도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다"며 "수개월 동안 문의도 없고 거래가 없으면 집주인들이 변심할지 몰라도 아직은 일부 수요가 살아 있어 호가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1000만원 깎으려다 전셋집 살아요"…속타는 실수요자 [돈앤톡]

서울 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집값이 내리게 되면 상황은 바뀔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8711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월엔 12억551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4개월 만에 2억6799만원 하락했습니다. 한 달 전인 지난달(11억4229만원)보다 1억5518만원 더 떨어졌습니다.

강남구에 있는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강남에서도 핵심지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단지들은 호가는 물론 집값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며 "호가는 말 그대로 호가일 뿐이다. 아직은 하락 초입이라 집주인들이 가격을 고집하면서 내리지 않겠지만 결국엔 하락이 본격화하면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다만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공인 중개 대표는 "집값 급등에 따른 건강한 수준의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핵심지 집값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밖엔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서울은 향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요 지역 집값과 그렇지 못한 지역 집값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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