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도지구 발표 이후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집값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 분당과 평촌, 중동은 선도지구가 아니더라도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이 오르지만, 일산과 산본은 하락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선도지구 발표 후 평촌·중동·분당 집값 '껑충'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현대' 전용면적 189㎡는 지난달 23억50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인 19억원(12층)보다 4억5000만원 높은 액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분당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나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서 호가와 실거래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함께 선도지구로 선정된 '시범우성'도 전용 64㎡가 지난달 12억7500만원(14층)에 팔리면서 이전 최고가보다 6000만원 오른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러한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분당동 '샛별라이프' 전용 58㎡는 지난 4일 9억3500만원(2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인 8억6000만원(1층)보다 7500만원 오른 것은 물론, 2021년 세운 이전 최고가 9억원(11층)보다도 3500만원 높다.
재건축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곳은 분당이지만, 정작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평촌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27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11월 넷째 주부터 1월 둘째 주까지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안양시 동안구(평촌) 0.57% △부천시 원미구(중동) 0.25% △성남시 분당구 0.14% 순이었다. 이 기간 경기도 평균 집값은 0.07% 하락했지만, 이들 지역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평촌 선도지구를 보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샘마을 대우한양' 전용 88㎡는 지난달 8억9500만원(10층)에 거래돼 6개월 만에 1억5500만원 상승했다. 같은 달 인근 '샘마을 쌍용' 전용 132㎡도 10억9000만원(12층)에 손바뀜되며 2021년 최고가였던 11억원(1층) 수준을 따라잡았다. 평촌동 '꿈마을 라이프' 전용 85㎡도 지난달 10억9000만원(14층)에 팔려 직전 거래 대비 1억2000만원 뛰었다.
평촌에서는 선도지구 공모에서 탈락한 단지도 신고가를 쓰고 있다. 매년 정비구역을 지정할 예정인 만큼, 선도지구가 아니더라도 순차적인 재건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동안구 평촌동 '초원마을 한양' 전용 79㎡는 지난 7일 7억1000만원(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보다 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동안구 호계동 '목련마을 동아'도 지난달 전용 99㎡가 12억5900만원(5층), 전용 164㎡가 13억8500만원(4층)에 거래되며 각각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호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당장 선도지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재건축이 될만한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꾸준하다"면서 "다만 매물이 적어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6억 넘던 집값이 4억도 위태…망연자실한 일산
다만 모든 1기 신도시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군포시(산본)는 0.17% 하락했다. 일산은 산본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고양시 일산동구는 0.18% 내렸고 일산서구는 0.26% 떨어졌다. 특히 선도지구에서 탈락한 단지를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1기 신도시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16단지' 전용 71㎡는 지난 6일 4억원(2층)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인 6억6000만원(16층)에서 약 40% 내린 가격이다. 지난해 7월만 하더라도 5억원(14층)으로 오르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11월 4억3000만원(6층), 12월 4억4000만원(5층)에 거래되며 하락했다.
'후곡7단지' 전용 59㎡는 지난 2일 3억300만원(8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초 3억2500만원(4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하락한 액수다. 주엽동 '강선14단지' 전용 69㎡는 지난달 5억2000만원(6층)에 팔려 직전 거래였던 5억8000만원(6층) 대비 6000만원 떨어졌고, 지난 4일에는 '강선15단지' 전용 59㎡가 4억원(5층)에 팔리며 지난해 10월 4억5500만원(5층) 대비 5500만원 하락했다.
일산동 한 개업중개사는 "선도지구 탈락 단지에서 실망 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낮아졌다"면서도 "선도지구의 경우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기보단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대 시세가 낮은 상태로 머물다 보니 향후 재건축에서도 쉽진 않겠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시세가 낮게 형성된 지역에서는 분담금이 늘어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일반 분양가를 높여야 분담금을 낮출 수 있는데, 시세가 낮으면 분양가를 높일 수 없기에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며 "시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구체적인 분담금이 산정되면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