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으론 집값 못 잡아”…이재명 주택정책, 공급에 방점 두고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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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실책 반면교사로 삼아
수도권 그린벨트 풀어 신도시
도심재건축 문턱낮춰 ‘투트랙’
용적률 높여 임대주택 늘릴듯

세제관련 “손대지않는게 좋다”
국토보유세도 대선공약 빠질듯

신도시 임기내 공급은 어려워

연설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연설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5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동산 공약이 윤곽을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선거 때마다 수도권 표심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쳤던 민감한 이슈다.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이 전 대표는 보유세 강화 등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카드는 서랍 안에 넣는 대신 공급 확대와 주거 환경 개선을 테이블에 올렸다. 부동산 정책도 ‘우클릭’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 사례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재명표 공급 정책은 일단 선제적 물량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공주택 확대라는 ‘투트랙’으로 축약된다.

이 전 대표가 4기 신도시 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건 택지비가 저렴해야 ‘부담 가능한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에서는 땅값이 아파트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제공하는 용지에서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청년·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도 작년 11월 수도권 그린벨트 4곳을 해제해 5만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수도권 그린벨트를 추가로 풀어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면 해당 입지를 4기 신도시로 명명하고 추가 후보지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후보지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감북·초이·감이동 일대가 우선 거론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양 대곡에도 9000가구만 공급한다고 했는데 이를 확대할 수도 있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따라 위치한 그린벨트는 교통이 좋은 택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남부권의 안산 장상지구나 시흥 은계지구 남쪽에 있는 논밭도 알짜 입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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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해당 입지를 ‘4기 스마트 신도시’로 명명했다. 이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환경단체 등이 토목사업 방식의 신도시 건설을 반대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 규모를 앞세우지 않고 최첨단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춘 자족형 신도시로 만들겠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4기 신도시가 차기 정부 임기 내에 공급되긴 어렵다. 공공택지가 본격 분양되기까지는 8년, 입주에는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개발계획이 발표된 3기 신도시도 최근에야 본청약에 돌입했다.

3기 신도시는 크게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부천대장, 인천계양, 하남교산 등 5곳을 일컫는다. 현재 인천계양(A2·3블록)과 고양창릉(A4·S5·6블록)의 일부 블록만 분양됐다. 그나마 사업 속도가 빠른 인천계양 A2·3블록도 내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때 발표된 공공택지 10곳도 사업 초기 단계다. 일각에서 신규 택지 지정보다 기존 공공택지의 토지 효율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겸임교수는 “기존에 발표한 것을 외면하고 또 다른 택지를 찾는 게 우선순위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겠다고 말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간 민주당 정권이 재건축·재개발 규제에 무게를 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다만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 등 혜택을 주는 대신에 공공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개발 이익 환수는 기본 방향이라는 얘기다. 늘어난 가구 수에서 일부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용적률을 늘려주는 것만큼 공공으로 준비하는, 이를테면 공공임대주택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용적률을 올려주는 만큼 공공기여를 임대주택으로 받아낼 것”이라며 “다만 기부채납이 과할 때는 또 다른 주민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비롯한 세금 문제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아예 부각하지 않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세제를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려다가 가격 폭등을 유발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부동산 세제를 가급적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살겠다고 하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율에 대해 “가급적이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며 “부동산 정책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전 대표가 꾸준히 주장했던 국토보유세도 이번 대선 공약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일정 비율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고가 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로 나눠주자는 아이디어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국토보유세 공약을 들고나온 뒤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이번에는 제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수도권 지역별 특화 공약도 내놨다. 그는 “서울은 뉴욕, 런던, 파리와 경쟁하는 글로벌 경제수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홍릉·상계), 도심제조업 밸리(세운상가·남대문·동대문·성수동), 인공지능(AI)·정보기술(IT) 산업 밸리(구로·금천·테헤란로·양재)와 같은 개발 구상을 소개했다. 또 여의도와 용산을 연결해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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