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후보 강제 교체 배경엔 尹心?…들끓는 ‘쌍권 퇴진’ 요구

21 hours ago 2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윤석열)계 의원들이 당 대선 경선을 거쳐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무리하게 교체하려 한 시도의 배경과 배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0시부터 이뤄진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과 한 전 총리의 단독 후보 등록, 전 당원 투표까지 일련의 절차들이 사전 교감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경선 때부터 한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사실상 낙점하고 후보 교체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번 시도의 배후에 ‘윤심(尹心·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친윤계 의원들이 ‘한덕수 추대론’을 앞장서서 띄우면서 시작된 후보 강제교체 시도는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윤 전 대통령과 당에 기반이 없는 한 전 총리를 내세워 당권을 지키려는 친윤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 당내 “尹 의중은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데 앞장선 것은 주류인 ‘반탄파’(탄핵 반대파)인 친윤 의원들이었다. 당에 기반이 없는 한 전 총리를 내세워 ‘찬탄파’(탄핵 찬성파)를 배척하고 주류 입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들은 한 전 총리 단일화를 약속한 김 후보에게 당심을 몰아주어 결선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을 꺾었고, 이후 김 후보가 후보 등록일인 이날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자 끝내 강제 단일화를 밀어붙였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변호인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4.21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변호인단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4.21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 국민의힘이 끊어내지 못한 못한 윤 전 대통령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를 최종 후보로 세우자는 의중을 친윤 세력에 전했고, 이후 친윤계 일부가 한 전 총리 추대론을 앞장서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친윤 쿠데타’라고 규정한 한 전 대표는 “한덕수 띄우기로 우리당 대선을 분탕질하고 이재명에 꽃길 깔아준 사람들의 배후는 누구인가”라며 “친윤들이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이렇게까지 끌려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멘토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한 전 총리 추대론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석호 국민통합위 사회분과위원장과 김소영 전 소통협력국장이 한 전 총리 캠프에서 각각 단일화추진단 대표와 대변인을 맡았기 때문. 다만 김 위원장은 7일 “어떠한 형태로도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대국민 입장문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후보가 제시하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 또한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했다. 당의 강제 단일화가 실패하자 김 후보에게 손길을 내밀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친윤계에 ‘후보 교체 무산 사태’ 책임론 집중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05.10 인천공항=뉴시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05.10 인천공항=뉴시스
당내에선 권 전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등 한 전 총리 추대를 밀어붙인 친윤계 인사들에 대해 당직 사퇴에 더해 징계, 정계 은퇴 요구까지 빗발쳤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판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권 전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박수영 성일종 의원은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했다. 박수영 성일종 의원은 경선 시작 전부터 한 전 총리 추대론을 띄웠다. 김 후보 측근 그룹에선 권 전 위원장 등에 대해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단합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친윤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뜻을 하나로 모을 때”라고 했다.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중자애하고 힘을 내자”며 단합 메시지가 이어지자 한 친한계 의원은 “친윤들이 비난이 확장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후보는 이날 권 원내대표를 유임하기로 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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