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한 대행이 출마 채비를 시작하면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행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고 내달 초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행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대행의 사퇴 및 출마 임박설에 무게가 실렸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최종 후보가 선출되기도 전에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화두에 올랐다. 후보들은 저마다 한 대행과 단일화 의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한 대행과의 단일화까지 고려해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전략이었다.
홍준표 후보는 전날 한 대행과 단일화에 대해 "(당의) 최종 후보가 되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단일화 토론을 두 번 하고 원샷 국민 경선을 하겠다"며 "내가 우리 당 대통령 후보가 못 되더라도 이재명(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만 잡을 수 있다면 흔쾌히 그 길을 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흔들림 없이 단일화를 주장한 후보"라고 했다. 다른 후보들이 한 대행과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일 때도 한 대행과 단일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 대행의 출마가 임박해지자 후보들은 한 대행 견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단일화'의 산을 한 번 더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에 출연해 "대한민국호 전체를 이끌고 가는 선장인데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그만둘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며 "여론조사에서 3분의 2 이상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또 "한 권한대행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는 달리 완전히 전통적인 행정관료이자 늘공(늘 공무원·직업공무원)"이라며 "(관료는) 안전한 다리도 두들겨가면서 건너는 특성이 있는데 과연 위험한 정치판에 끼어들 수 있겠나"라고 했다.
홍준표 후보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 당 대표가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나"라며 한 대행, 김 후보, 한동훈 후보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 후보는 이날 충남 아산시 현충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론'에 대해 "경선 과정에서 자꾸 그런 얘기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패배주의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후보의 발언 관련해 "야권 원로 정치인에게 향후 예상되는 반명(反이재명) 단일화나 소위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 부탁하는 것이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 불협화음을 표출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반(反)이재명 빅텐트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대행 측은 이번 대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측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표를 낸 손 실장은 국민의힘 '양천을 당협위원장'을 지냈는데, '양천갑'에서 3선을 한 원 전 장관과도 가까운 사이로 통한다. 원 전 장관 측은 다만 한 대행 캠프에 합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