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평택시에서 새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가 비교적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둬 이목을 끈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A-48블록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48블록 금성백조 예미지'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에서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평택이지만 거주 환경이 가장 양호한 고덕신도시에서 나온 물량이라는 점, 전용 84㎡ 분양가가 5억원대로 수도권에서 흔치 않은 가격이라는 점 등이 양호한 성적을 거둔 요인으로 분석된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일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48블록 금성백조 예미지는 261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1060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4.06대 1이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면적 84㎡C 기타경기(평택 외 경기도)로 46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C 해당지역도 25.33대 1, 기타지역도 22.58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로 집계됐다. 전용 84㎡A 기타경기도 11대 1이 나왔다.
과거 반세권(반도체+역세권)으로 주목받던 평택 분양 시장 상황은 부진하다. 신축 아파트 공급은 이어지는데 수요가 없다. '미분양 무덤'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6만7793가구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1만395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선 평택시가 4855가구다. 전월(3월) 기록한 5281가구보다 400여가구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48블록 금성백조 예미지가 청약에서 선방한 요인은 우선 입지가 꼽힌다. 평택에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곳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브레인시티와 상대적으로 외진 곳으로 꼽히는 화양지구다. 하지만 이 단지는 평택에서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인 고덕국제신도시에서 분양했다. 특히 단지는 고덕신도시 2단계 지역으로 교육이 특화한 곳이다.
여기에 분양가가 한몫했다. 이 단지 분양가(최고가)는 전용 84㎡ 기준 5억5430만원이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분양 단지 인근에 있는 '호반써밋고덕국제신도시에듀파크' 전용 84㎡는 현재 5억50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센텀3차' 전용 84㎡도 최저가가 5억9000만원 등이다.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낮다. 물론 분양가보다 더 낮은 매물도 있다. 당장 낮은 가격을 원한다면 구축을, 자금 조달 기간에 여유를 갖고 집을 마련하겠다면 분양받으면 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평택 공급물량의 대부분은 브레인시티와 화양지구가 차지한다"며 "고덕국제신도시는 평택 내 살기 좋은 지역인데다 평택에서 가격도 높게 형성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에서 전용 84㎡ 분양가가 5억원대인 곳은 흔치 않다"며 "가격이 낮아 평택에서도 선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경기도 평택시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 공동 10BL 공동주택용지에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10BL 앤네이처 미래도'는 1396가구 모집에 96명만 청약해 미분양 물량이 쌓였다. 전용 84㎡ 가격이 4억9000만원대로 5억원에 못 미쳤지만, 실수요자들은 외면했다.
지난해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수자인'과 '브레인시티 푸르지오'도 전용 84㎡ 분양가가 5억원대에 책정됐지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평택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단기간에 분양 시장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특히 화양지구나 브레인시티 등은 신중하게 청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