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한 가운데 올해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더해 서울 21개 자치구와 경기 12곳을 전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오는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돼 3중 규제를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규제에 대해 최근 주택가격과 지가 상승률 수준, 거래 동향 등을 고려해 주택시장 과열이 발생하고 있거나 과열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 안정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주택시장 안정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값이 낮은 노도강 지역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노도강 아파트 가격은 △노원구 1.3% △도봉구 0.5% △강북구 0.77%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인 6.1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상승률이 높은 송파구(15.22%)나 성동구(13.86%) 대비로는 1할도 오르지 않은 셈이다.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연초 대비 실거래가격이 하락한 곳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13단지' 전용 45㎡ 실거래가는 올해 1월 3억7500만원(9층)에서 이달 3억4500만원(8층)으로 내려왔다. '상계주공12단지' 전용 41㎡ 실거래가도 올해 2월 4억2000만원(12층)에서 이달 3억9000만원(11층)으로 낮아졌다. 월계동 '월계주공2단지' 전용 38㎡ 실거래가 역시 올해 3월 3억1300만원(14층)에서 이달 2억9300만원(15층)으로 하락세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수년째 집값이 내려 마음고생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한강 벨트는 규제 소식에 집주인들이 계좌를 안 준다지만, 우리는 빨리 팔려고 할인까지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며 대출 한도가 줄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지정되면 매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도봉구와 강북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도봉구 번동 '번동주공1단지' 전용 41㎡ 실거래가는 올해 2월 4억5000만원(8층)에서 이달 4억800만원(5층)으로 내렸다. 쌍문동 '한양6차' 전용 83㎡ 역시 1월 5억3000만원(3층)에서 10월 5억1500만원(6층)으로 주춤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 또한 3월 9억2100만원(14층)에서 9월 9억1000만원(13층)으로 소폭 하락세다. 같은 기간 수유동 '수유벽산1차' 전용 122㎡도 실거래가격이 7억8000만원(12층)에서 7억원(15층)으로 주저앉았다.
도봉구 쌍문동 B 공인중개 관계자는 "국민 평형이 70억원인 동네와 5억원인 동네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백번 양보해 규제지역까지는 이해하더라도 서울 변두리에 토허제까지 들고나온 것은 반서민적 행보"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외곽 지역 실수요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금 여력이 적은 비핵심·외곽 지역은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초양극화 가속과 중산층 주거 사다리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효선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DSR·LTV 강화로 실수요자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내 집 마련이 위축될 것"이라며 "실수요층에만 DSR·LTV를 완화하고 소득 대비 상환능력 기준을 세분화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