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사고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날을 세웠고, 여당은 야당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맞섰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일주일간 행정망 마비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불편을 겪었다"며 "(대통령은)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대통령의 45시간의 행적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궁금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화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책임을 방기했다고 공세를 펴왔다. 당시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 대통령이 미국 유엔 총회에서 돌아온 26일부터 28일까지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나눠서 밝혔지만,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45시간에 대해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예능 촬영을 한 28일도 논란이 있지만, 27일은 왜 아무 일도 없었느냐"며 대통령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뒤늦게 열린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이 28일 주재한 긴급비상대책위원회에 윤호중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대해 서 의원은 "주무장관도 참석 안 하는 긴급 비대위라는 게 어디 있냐"고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번 화재 대응을 박근혜 전 정부 때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에 빗대며 공세를 펼쳤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문제 삼아 직무 유기로 고발했던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이라고 했고, 같은 당 박덕흠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대통령 어디 있냐'고 힐난하던 분이 바로 이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세월호 사고와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는 화재 당시 미국 유엔총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계셨다"고 반박했다.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는 "1년 5개월 직무 중에 있었던 행안장관과 2개월밖에 안 된 행안장관과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고 맞서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중요한 실책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어처구니없다"며 "원인이 국민의힘 정부 때 있었으면 자성하고 불편을 겪는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국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병도 의원은 "예능 출연하느라 화재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프레임은 정치적 공세"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복구"라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