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 수출 품목이 다변화하고 있다. 육군 지상전 무기 중심에서 고가의 해·공군 전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도 K-9 자주포와 K-2 전차에 이어 천궁-2 요격 미사일과 FA-50 전투기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높은 국산화율 덕에 K방산 협력사로 낙수효과가 커지고 있지만 높은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는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천궁-2 기술, 다른 사업도 활용
2018년 양산에 들어간 천궁-2는 7년 만에 국산화율을 95%로 끌어올리며 K-9에 버금가는 K방산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중동 갈등이 커지자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서 연달아 총 12조원어치가 넘는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천궁-2 레이더용 전력증폭기를 생산하는 RFHIC는 올해 1분기 3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었다. 천궁-2의 통합운용컴퓨터를 납품하는 코츠테크놀로지는 1분기 136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91억원) 대비 50%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1억원에서 19억원으로 늘었다. 다기능레이더(MFR) 부품사 로카디의 지난해 매출은 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장우혁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위산업전략팀장은 “부품을 국산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고가 해외 부품을 줄여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부품 생산국의 수출 통제에서 자유로워지고 향후 소모성 부품에 대한 군수 지원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궁-2 부품 업체들은 다른 사업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FHIC의 질화갈륨(GaN) 웨이퍼 제조 기술은 방산뿐 아니라 전력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술이다. 파이버프로의 통합항법시스템은 유도무기뿐만 아니라 드론, 전차, 자주포 등에서도 활용된다.
천궁-2는 중동에 이어 유럽에서도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경남 창원 중심의 부품 공급망을 통해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러시아산 방공망을 쓰고 있는 동유럽을 중심으로 교체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정비를 받아야 하는 요격 미사일 시스템 특성상 향후 MRO 수요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FA-50 원천기술 확보는 요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남 사천 공장 주변에 있는 FA-50 부품사들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FA-50의 항공전자시스템을 통제하는 임무컴퓨터를 생산하는 단암시스템즈는 지난해 738억원의 매출을 내며 1년간 30% 가까이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0억원에서 359억원으로 급증했다. FA-50에 미사일 구동장치를 공급하는 퍼스텍은 1분기 매출이 5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껑충 뛰었다. FA-50의 컴퓨터 제어보드 납품회사인 솔디펜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477억원에서 579억원으로 21% 증가했다.
FA-50 부품사들은 양산 능력에선 높은 점수를 받지만 원천기술 측면에선 그렇지 않다. 산업연구원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지난 1월 발표한 ‘군용기 공급망 리스크 및 경쟁력 실태조사’에서 FA-50의 지식재산권 확보는 5점 만점에 2.4점에 그쳤다. FA-50의 기술 수준은 미국(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동체 계통만 100점을 받았고 난도가 높은 항공전자(85점), 무장(75점)에선 낮은 평가를 받았다.
60%대인 낮은 국산화율도 약점으로 꼽힌다. 품목별 생산량이 너무 적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 KAI 관계자는 “부품을 전투기 생산 대수에 맞춰 100개 단위로 생산하면 수익성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며 “볼트, 너트, 베어링을 포함해 모든 항공 부품을 별도 인증받아야 해 기술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FA-50뿐 아니라 천궁-2도 중국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다. 유도무기와 미사일의 필수 부품인 영구자석에 쓰이는 네오디뮴은 시중 유통물량이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다. 레이더에 필수적인 전력증폭기 생산에 필요한 갈륨 역시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