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 자동차회사엔 난공불락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모든 차 메이커가 진출했지만 매년 판매량 10위권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독식해왔다. 성능은 물론 소형차부터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갖춰 수입차가 파고들 틈이 없었다.
이런 국내 시장이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중형 SUV 모델Y가 지난달 국내에서 전 차종 판매 1위에 오르면서다. 수입차 단일 차종이 국산 메이커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 연간 판매 2위 넘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테슬라 모델Y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8762대 팔렸다고 4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6237대) 대비 40.5% 급증했다. 2위인 BMW5 시리즈(2060대)보다 네 배 넘게 더 팔렸다. 국내 모델과 비교해도 기아 쏘렌토(7836대), 현대차 그랜저(5183대) 등 인기 차종을 모두 꺾었다. 쏘렌토는 202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모델이다. 그랜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다. 4월만 해도 모델Y는 쏘렌토보다 판매량이 적었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 누적 판매도 심상치 않다. 1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델Y는 3만4171대 판매돼 쏘렌토(4만6865대)를 제외하곤 기아 스포티지(2만5087대), 그랜저(2만8328대), 쏘나타(2만5237대) 등 주요 차종을 모두 뛰어넘었다. 지금의 판매 추이를 유지하면 연간 판매 2위 달성이 유력하다. 그동안 수입차가 연간 판매 10위권 안에도 진입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드별로 보면 테슬라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4% 늘어난 1만866대로 집계됐다. 수입차 시장의 대명사인 BMW(6555대)와 메르세데스벤츠(3553대)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고유가에 전기차 수요 부활
테슬라의 독주 배경은 복합적이다. 업계에선 올해 초 모델Y 프리미엄 후륜구동 출고가를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낮춘 것이 수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차량을 제조 원가가 낮은 중국에서 제조해 들여온 덕분이다. 핸들에서 손을 떼도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레벨2+ 수준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이 지난해 말부터 일부 미국산 차량에 적용된 것도 수요를 자극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전기차 수요가 살아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도 전기차다. 전년보다 1.5배 많은 1만4520대가 판매됐다. 점유율은 48.6%로 지난달 팔린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였다.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국내 업체도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달 기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EV3로 3021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2575대 팔렸다. 현대차 전기차는 10개 차종을 다 합쳐도 판매량이 8157대로 모델Y(8762대)보다 적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구독 서비스로 초기 구매 가격을 낮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구독 형태로 바꿔 소비자에게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초기 차량 가격을 30~40%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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