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관리 기준에 ‘정성평가’ 요소를 추가하고,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실버론) 사업도 재개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1일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5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기금위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2일 공식 취임한 후 처음으로 기금위 위원장으로서 주도하는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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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
홈플러스 사태로 ‘정성적 평가’ 중요성 커져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정성적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국민연금도 MBK가 조성한 펀드에 총 6121억원을 투자했는데, 이후 홈플러스가 회생철자에 돌입하면서 국민연금이 일부 투자금액인 보통주 약 300억원을 전액 손실처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운용성과 등으로 구성된 ‘정량적 기준’ 외에도 사회적 기준·규범에 부합하는 투자 대상 선택 여부 등을 반영한 ‘정성적 기준’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모벤처투자실은 지난달 24일 이같은 내용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위탁운용사 제안서 평가’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40%, 정량평가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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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기준 (자료=국민연금) |
또한 ‘위탁운용사 구술 평가’에서는 운용 성과의 질적 항목이 10%(100점 만점에 10점)를 차지한다.
운용 성과의 질은 △투자대상의 질적·양적 기업가치 제고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건전한 자본구조 △지배구조의 신뢰성 등이다. 사실상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는 얘기다.
정성평가는 외부에서 선정된 선정위원회 위원들이 담당하게 된다. 선정 절차 등은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위탁운용사 제안서 심사 결과와 구술심사 결과 평점을 각각 50%, 50%로 가중 합산해서 상위 운용사 순으로 선정한다.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 재개…예산 250억 증액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실버론) 사업도 재개한다.
실버론 사업은 60세 이상 연금수급자에게 전·월세 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장례 보조비), 재해복구비 용도의 긴급 생활안정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지난 2012년 시행된 후 지난 6월까지 총 10만5404명에게 5669억원을 대부했다.
이번 기금운용계획 변경은 당초 편성된 올해 실버론 사업 예산이 조기 소진됨에 따라, 당초 380억원에서 630억원으로 예산을 250억원 증액하는 내용이다.
올해 실버론 사업은 대부이자율 인하 및 대상자 확대 등으로 신청자가 급증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 또는 예금은행 수신 금리가 작년 3분기 3.44%에서 올해 3분기 2.51%로 하락했다.
또한 작년 7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도 실버론 사업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실버론 예산이 조기 소진된 가운데 대출이 어려운 연금수급자에게 긴급자금을 차질 없이 지원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증액을 실시했다.
이번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이달 둘째주부터 실버론 신청·접수가 재개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에 마련된 재원으로 고령층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이 재개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연금수급자의 노후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