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은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상여금 지급 평균액도 지난 설 명절보다 줄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원이 받는 추석 명절 상여금은 400만원을 웃돌아 국민 정서와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은 추석 명절 휴가비로 424만7940원을 받았다. 상여 수당 중 명절 휴가비로 책정된 850만원에서 절반을 지급받은 것. 명절 휴가비는 월 봉급액의 60%를 지급한다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 제18조의3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됐다.
국회의원들은 이를 설과 추석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다. 현재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연초에 확정한 대로 '추석 떡값'을 받아 갈 수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 추석 명절 수당은 지난 1일 입금됐다.
반면 민간기업의 올 추석 상여는 확연히 줄었다. 최근 사람인이 기업 95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한 곳은 56.9%였다.
1인당 상여금 지급액은 평균 6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300인 이상 기업은 105만9000원, 10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76만3000원, 100인 미만 기업은 59만1000원 등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컸다. 긴 연휴에 따른 '샌드위치 데이'(10일) 휴무와 비용 부담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설 명절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선명하다. 설 명절 당시 같은 조사에서 기업들은 1인당 평균 78만원을 상여금으로 지급한다고 답했었다. 1인당 평균 지급액이 78만원에서 62만8000원으로 15만원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이 받는 '명절 떡값'은 국민 평균과는 더욱 괴리가 커지게 됐다. 연초의 '의원 세비 동결'에도 체감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 셈이다.
국민과 국회의원이 느끼는 '추석 떡값' 체감 격차가 벌어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송구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명절 휴가비가 지급된 지난 1일 "마음이 무겁고 송구할 따름"이라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명절 상여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명절 상여금은 성과급이 아니라 법령과 예산에 근거한 고정 급여에 가깝다는 점에서 민간 보너스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 체감과 괴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우선 경제 여건과 연동해 상여금을 조정하는 장치 등이 거론된다. 실질임금이나 물가, 민간 상여금 추세를 국회의원 명절 상여금 지급액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또 민간 기업처럼 의원들의 의정 성과를 상여금에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국회의원 '떡값'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국회와 의원들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성과금 액수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국민의 날 선 정서"라고 말했다.
한편,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37.2%, 복수 응답)',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9.3%)', '위기경영 상황이어서(27.4%)', '재무 현황이 안 좋아 지급 여력이 없어서(26.9%) 등을 들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