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675m 위치 하루 물 210t 솟아
55년 만에 이번 달 2000여명에 공개
5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2시간 정도 산을 오르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땡볕에 지칠 대로 지친 참가자들은 간절한 마음을 갖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어 안전요원의 안내하에 탐방로에서 벗어나 80여 m를 걸으니 마침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샘인 백록샘(해발 1675m)에 다다랐다. 백록샘에 손을 담가 보니 ‘앗, 차가워’란 말이 바로 나올 정도로 더위를 순식간에 씻어줬다.
백록샘은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3월 이후 단 한 번도 민간에 개방된 적이 없는 곳이다. 이날 백록샘 개방은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하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이달 7일부터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사전에 신청한 2000여 명에게 공개하기 전에 전문가와 언론 관계자 등 50여 명이 먼저 백록샘을 탐방한 것이다.
김종갑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과장은 “백록샘에서는 하루 평균 210t가량의 물이 솟아오르고 바닷물까지 장장 18km를 흐른다”며 “화산 지형의 높은 고지에서 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지질학적으로 연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한라산을 목장으로 사용하던 시절 백록샘은 목축민들이 생명수처럼 마신 샘”이라며 “백록샘에서 나오는 물이 정확히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조사된 바 없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지층 사이를 흐르고 있는 물이 솟아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백록샘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곳(남벽 분기점에서 돈내코 방면 해발 1600m 지점)에서는 ‘구상나무 대표목’ 공개 행사도 함께 열렸다. 대표목의 수고는 6.5m, 밑동 둘레는 40cm, 수령은 72년으로 추정된다.
서귀포=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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