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SK디앤디 대표 단독 인터뷰
해외처럼 기업형 임대주택 늘 것
전세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아
로컬스티치 인수로 상품 다양화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도 도전장
2029년까지 5만가구 운영 목표
개발·운영·운용 3박자 맞춰 안정화
“SK디앤디는 ‘판’을 바꿉니다.”
김도현 SK디앤디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임대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어 그를 찾았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뚜렷하고, 정부는 규모 있는 임대기업 키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임대주택 브랜드 ‘에피소드’를 운영하는 SK디앤디는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임대주택 운영기업 로컬스티치를 지난달 인수하며 아예 ‘국내 1위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되겠단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임대주택을 올해 1만 가구, 2029년까지 5만 가구 이상 확대 운영한다. 현재는 에피소드와 로컬스티치를 합쳐 약 6000실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 사례를 보면 한 1만 가구부터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며 “단기적으로 5만 가구, 장기적으로 30만 가구까지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임대주택 대부분을 공급하는 구조를 가진 건 우리나라뿐”이라며 “해외에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기업형 임대주택이 제도화 돼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글로벌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차 계약의 ‘판’을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임대주택 탐색부터 가격 비교, 계약까지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기존엔 에피소드 지점에 직접 방문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에피소드와 로컬스티치의 모든 호실 정보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쉽게 보도록 만든다.
신규 에피소드 브랜드를 만들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고객들의 접근 가능성을 높인다. 김 대표는 “‘에피소드 컨비니’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서울 금천구에 1호 지점을 오픈한다. 기존 에피소드보다 가격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에피소드는 강남·서초·용산 등 땅값이 비싼 업무지구에 주로 위치해 월세가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컬스티치 브랜드도 계속 가져간다. 김 대표는 “로컬스티치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다”며 “에피소드와 로컬스티치는 각각의 브랜드로서 고객층을 다양화하며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컬스티치는 공유주거 성격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키운다.
올해 3월 글로벌 10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미국 워버그핀커스와 함께 시니어 임대주택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주거 상품 다양화의 맥락이다. 건설사·시행사·신탁사가 관련 사업에 대거 진출하는 가운데 해외 자본이 SK디앤디를 택한 건 부동산 개발부터 운영, 자산운용까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실제 SK디앤디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선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을, 경기 화성과 포천에선 시니어 자산 매입을 통한 투자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국내에 적합한 시니어 주거와 케어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개발뿐만 아니라 실물 매입을 통해 조기에 시장을 경험하고 우리의 모델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방배 시니어 레지던스는 오는 2028년 준공 예정이다.
다만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제도가 변수다. 여전히 임대료 규제가 많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에 “좋은 임대사업자가 많을수록 임대차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규제가 이걸 못하게 한다면 바뀌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기업이 임대시장에 진입하면 임대료가 오를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김 대표는 “선진국은 다양한 옵션이 있는 사회”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있다면 반대로 고가 임대주택도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거시장이 얼마나 큰 데 한 기업이 독점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여전히 SK디앤디 매출의 80%는 개발 사업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운영 사업을 확대하려는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개발과 운영, 자산운용이란 3박자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어려울수록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발은 다 만들어서 매각할 때 1회성 수익이 생긴다”며 “꾸준히 발생하는 이익의 비중을 40% 이상 갖고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운영이나 리츠 운용이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개발 사업도 꾸준히 추진한다. 숙박과 주거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호텔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산운용 규모도 늘린다. 현재 리츠 운용(AUM) 규모가 3조 8000억원 가량인데 내년까지 이를 4조원으로 키운다. 오는 2028년까진 리츠 AUM 규모 10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