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감사의정원’ 선보여
광화문광장 돌기둥 23개…참전국 기증 석재 하나씩
시민단체 등 반대·정부 갈등에도 공사 완료
한국전쟁 발발 76주기를 한 달여 앞둔 5월 12일, 광화문광장 한쪽에 ‘감사의 정원’이 준공됐다. 높이 6.25m짜리 회색 돌기둥 23개가 1.2m 간격으로 50m가량 이어지며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남쪽 미국부터 북쪽 경복궁 방향 대한민국까지, 한국전쟁 참전 순서대로 일렬 배치된 23개국의 기둥이다.
준공식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기자들이 먼저 찾은 현장에서는 조형물 하단부마다 제각각의 돌이 눈길을 끌었다. 북쪽에서 두 번째 줄, 독일 국기가 새겨진 조형물 아래에 QR코드를 찍으니 ‘독일(베를린 장벽)’이라는 설명이 떴다. 실제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전시된 것이다. 네덜란드에선 석재 대신 타일을 보내왔다. 현재까지 7개국에서 석재를 기증해 만든 조형물이 설치됐고, 스웨덴·호주·미국·태국·터키 5개국 석재도 연말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감사의 정원은 6·3 지방선거 출마로 지난달 직무가 정지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재임 중 주도한 사업이다. 이날 준공식엔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지난달부터 직무가 정지된 오세훈 후보도 참석했다.
앞서 ‘받들어총’ 형태로 제작된 석재 조형물이 광화문광장의 기존 기념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부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공사 중 국토교통부가 행정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공사 중지를 명령하는 등 갈등도 있었으나, 서울시는 관련 절차를 마친 뒤 공사를 완료했다.
밤이 되면 공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23개 조형물 상단에서 빛이 하늘로 쏘아 올려진다. 30분 간격으로 10분씩, 하루 6회다. 국경일이나 주요 행사 때는 색상과 연출 방식도 달리할 계획이다.
지하로 내려서면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계단 양쪽 벽엔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등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입구를 지나면 대형 LED ‘메모리얼 월’이 관람객을 맞는다. 23개의 삼각 LED가 참전국 국화를 모티브로 꽃이 피어나는 영상 ‘블룸투게더’와 전쟁의 희생을 폭포와 암벽에 빗댄 ‘평화의 폭포수’를 번갈아 상영한다.
맞은편엔 구형 LED ‘연결의 창’을 통해 뉴욕 타임스퀘어 실시간 영상이 송출되고, AI로 복원한 6·25 당시 사진이 움직이는 영상처럼 구현되는 ‘되살아나는 과거’도 마련됐다. 참전용사와 AI 기반으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방문객의 얼굴에 참전국 군복을 합성해주는 각종 콘텐츠도 준비됐다.
시는 이달 13일부터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하루 12차례 ‘감사의 정원’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율관람은 항시 가능하다.
한편, 서울시는 12일 오전 10시 김성보 권한대행과 22개 참전국 주한대사, 참전용사 등 약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열었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2부시장)은 환영사에서 “70여년 전 대한민국이 가장 어둡고 절박했던 순간 전 세계 22개국 젊은이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자유를 지키겠다는 단 하나의 신념으로 대한민국과 함께했다”며 “그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곳 ‘감사의 정원’에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그들이 지켜낸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준공식 축사에서 “그간 광화문광장에는 나라를 지키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이 있고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도 살아있었지만, 정작 자유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 그리고 세계 시민과의 연대를 기억하는 공간이 없었다”며 “‘감사의 정원’은 바로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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