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개별 상호관세 15%를 90일간 유예하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이슈를 ‘패키지 딜’로 협상하자는 뜻을 재차 밝혔다. 한국으로선 시간을 번 셈이지만 숙제를 두 배로 안게 됐다. 국방부까지 포함한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셈법 더 복잡해진 대미 협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미 중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조현동 주미대사와 한 화상회의에서는 “대미 협의 최일선에 있는 주미대사관이 소속 부처와 관계없이 하나가 돼 미국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의 주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추가해 협상의 판을 키우자고 압박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안보 이슈는)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며 “각국에 대해 한 개 패키지로 다 담는 것이 합리적이고 깔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 철폐 등 무역적자 해소, 조선 등 산업 협력 외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까지 협상 패키지에 추가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협상의 주체와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사안에서도 부처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 방위비 분담 등 국방부 소관 업무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국방부까지 포괄하는 범부처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얻어낼 수 있는 것과 관련해 부처 간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 권한대행이 이를 조정할 대표를 정해 협상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전까지 골든타임
한 권한대행은 이날 비관세 장벽 해소와 관련해서는 “우리 규제가 완화되면 외국 기업뿐만이 아니라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며 “경제 부처든 비경제 부처든 각종 규제를 담당하는 여러 부처 장관들께서 특별히 노력해 달라”고 했다. 다만 앞으로 두 달 가까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점에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기왕에 판이 벌어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주한미군 분담금을 어느 정도 인상해 주는 대가로 미국의 확장억제 및 북한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