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유가 '겹악재'…환율 1540원대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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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13일 연속 1500원대 > 원·달러 환율이 13일 연속으로 1500원대를 넘어섰다. 4일 코스피지수는 1.84% 내린 8639.4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하락 마감한 건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현황판에 환율, 주가가 표시돼 있다.  김범준 기자

< 원·달러 13일 연속 1500원대 > 원·달러 환율이 13일 연속으로 1500원대를 넘어섰다. 4일 코스피지수는 1.84% 내린 8639.4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하락 마감한 건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현황판에 환율, 주가가 표시돼 있다. 김범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대로 치솟았다. 원유 공급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원화 가치가 급격한 약세를 나타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529.7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530.0원에 개장했다. 개장가 기준으로 153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1554.0원) 후 17년3개월 만이다.

환율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외환위기(1997~1998년) 후 최장 기록이다. 장중 외환당국의 개입에 152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올라 153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환율은 이날 주간 거래 마감 직후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도 가파르게 올랐다. 오후 5시5분께 1540.1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을 밀어 올린 건 국제 유가 상승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가자 전날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배럴당 96달러를 넘어섰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같은 날 한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원화 약세 압력을 더했다.

국고채 금리도 고공 행진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858%로 마감해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으면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에너지 위기설·美 추가관세 우려에 환율 급등…"쏠림 과해"
환율 1540원까지 급등

원·달러 환율이 4일 야간 거래에서 1540원까지 급등한 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급 우려와 대미 관세 불확실성이 겹친 영향이다. 여기에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유독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관세·유가 '겹악재'…환율 1540원대로 치솟아

◇ 글로벌 최약체 원화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제 유가와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의 전황이 악화해 유가가 치솟으면 환율도 함께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4일 환율이 장중 1540원까지 치솟은 것도 같은 이유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시장이 주말 내 협상이 타결되기보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며 위험회피 심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혹시 모를 석유 재고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며 원유 수입국인 한국 통화가 약세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원유 수요가 급증하는 한여름까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지속될 경우 8월에는 원유 수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8월 위기설’이 제기돼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화 하락세는 유독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중동전쟁 발발 직전인 2월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원화 가치는 5.20% 하락했다.

일본(-2.41%) 대만(-0.36%) 싱가포르(-1.35%)는 물론 태국(-5.07%)과 인도(-4.95%)보다도 하락세가 거셌다. 이는 외국인의 가파른 주식 매도세 때문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전날까지 112조3255억원을 팔아치운데 이어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미국의 관세 이슈까지 재부각됐다.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1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 결과 발표도 남아 있어 최종 관세율이 지난해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쏠림 현상 지나쳐”

일각에선 환율 쏠림이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8월 원유수급 위기설’은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8월에 쓸 물량으로 이미 7500만 배럴 정도를 확보해놨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 8월 원유 수입량 8500만 배럴의 88%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년 수급 수준의 70~80%만 도입해도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국내 필수 산업을 굴리고, 개인 소비를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과잉생산에 대한 추가 관세’ 역시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무역법 301조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관세율의 상한선은 없다.

하지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전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화상회의를 했고, 한국에 대해선 작년 관세합의를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대신 15%로 상호관세를 낮추기로 한 지난해 합의를 깨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고공행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후 도달했던 전고점을 역외에서 터치한만큼 다음 상단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 협상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 환율이 1400원 초반대로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성미/김대훈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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