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기업 에르메스가 다음달부터 미국 내 가격을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이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에 따른 여파다. 다른 명품 기업도 높아진 관세에 대응해 소비자판매가를 올릴 것을 검토 중이다.
17일(현지시간) 에르메스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후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다음달 1일부터 버킨백(사진) 등 미국 내 모든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유럽연합(EU) 국가 제품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에르메스는 올해 6~7%의 정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높아진 관세율을 일부 가격에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올 1분기 실적도 내놨다. 매출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41억유로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중국 경기 침체 등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7.6%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올 들어 명품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분기별로 1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르메스가 가격을 올려도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주된 소비자가 가격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초부유층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가격 인상보다는 미국 생산량을 늘려 관세에 대응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전날 열린 LVMH 주주총회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유럽산 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EU 지도부는 미국과 현명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LVMH는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루이비통 핸드백 일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명품기업도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회장은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책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