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관세 50% 추가해 총 104% ‘관세폭탄’
中 하루만에 보복…“美 조치는 일방적 괴롭힘”
시진핑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 구축” 우군 확보 나서
“미국의 맹목적 압박과 횡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 중국 권익을 보호하겠다.”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대(對)중국 관세를 총 104%로 만들었다. 그러자 중국 또한 9일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해 대미 관세를 총 84%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두 나라의 ‘강 대 강’ 대치를 두고 “양국 모두 통상전쟁에서 결코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일시적이지만 두 나라의 교역이 대부분 중단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중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한국과 일본이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처럼 철저히 맞춤화된(highly tailored) 거래를 하겠다”고 했다. 세계 경제 및 안보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엔 ‘관세 융단폭격’을 퍼부으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갈라치기’ 전략을 강조했다.
● 美中 관세 난타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중국에 대한 104%의 관세 부과를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는 “104%를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국은 많은 미국 상품에 100%, 125% 관세를 부과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어느 시점에는 미국과 협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자동차 관세의 정당성도 강조하며 “최근 70년간 미국 함정은 세계를 순찰하며 (각국에) 평화와 부(富)를 안겼지만 서울(한국), 도쿄(일본), 베를린(독일)에서 미국 차를 찾을 수 없다”고 동맹국에 불만을 드러냈다.그는 또 “조만간 의약품 관세도 발표하겠다”며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많은 제약기업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9일 거세게 반발하며 역시 미국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추가했다. 미국의 조치가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웃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에 대응하겠다며 “주변국과의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쉴드 인공지능(AI) 등 미국 기술기업 6곳을 제재 목록에도 올렸다. 이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을 할 수 없다. 미국 레이더 플랫폼 기업 ‘에코다인’ 등 12개 기업에는 중국산 이중용도 품목(군사 및 민간 목적으로 모두 쓰일 수 있는 제품)의 수출을 금하기로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모든 국가와의 개별 (관세) 협상은 그 나라의 시장, 수출, 미국의 수입 등에 기반해 맞춤형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무역 협상에서 관세 외 의제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선 “외교 원조, (해당 국가의) 미군 주둔 및 비용 부담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는 의미라면 그런 요소도 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또 “이 협상들은 각 나라별로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해 상대국에 요구하고 싶은 사안을 모두 패키지로 묶어 관세 협상과 연계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미국이 향후 한국, 일본 등과의 관세 협상 때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 등을 낮춰주는 대신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또한 CNBC 인터뷰에서 “확실한 제안서를 갖고 와야 좋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입맛에 맞는 보따리를 들고 오라는 의미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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