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 설명 대신 질문하고 역전시장 카페 통째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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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10주년 기념전
국내외 11개팀 45개 작품 전시

천근성 작가의 설치 작품 ‘수원역시장커피’.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천근성 작가의 설치 작품 ‘수원역시장커피’.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미술관 전시장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흔적이 담긴 카페와 3층짜리 상가, 그리고 ‘짝퉁 작품’이 등장했다.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이다. 15일 개막한 전시는 귀족의 전유물인 초콜릿이 시간이 흘러 모든 이의 디저트가 된 이야기, 서구에서 시련을 극복하는 희망을 상징하는 레모네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국내외 작가 11팀의 작품 45점을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남다현 작가의 설치 작품 ‘부정 승차의 유혹’이 먼저 관객을 맞는다. 작품은 멀리서 보면 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원역과 비슷하다. 가까이 가면 종이와 스티로폼, 은박지로 만든 조악한 모조품임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만든 모조 승차권도 관객에게 나눠준다. 전시는 누구나 매일 드나드는 지하철역처럼 편하고 유쾌하게 문을 연다.

1전시실은 미술관의 권위나 제도를 되돌아본다. 남 작가는 테무, 다이소, 이케아, 쿠팡 등에서 구한 공산품으로 명작을 재현한 ‘MoMA from TEMU’ 연작을 선보인다. 김가람 작가는 도슨트가 관객에게 작품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방식을 뒤집어, 관객이 도슨트의 질문에 답하고 설명하는 퍼포먼스 ‘분더카머’를 소개한다. 이탈리아와 영국 출신 예술가 듀오인 클레어 퐁텐의 발광다이오드(LED) 작품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2020∼2024년)도 미술관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크리스틴 선 킴, 토마스 마더의 영상 및 설치 작품 ‘Find Face’.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크리스틴 선 킴, 토마스 마더의 영상 및 설치 작품 ‘Find Face’.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2전시실은 소통의 다양한 방식을 탐구한다. 크리스틴 선 킴과 토마스 마더는 미국 수화(ASL)를 활용한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소통의 틀을 확장한다. 이학승의 ‘3층 상가’는 시각장애인협회가 있던 건물 1층을 임차해 썼던 작가의 경험을 담았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내던 소리를 작품에 담아 관객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3전시실은 예술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미술관에 담아내는 방법을 탐구했다. 천근성 작가는 올해 2, 3월 수원의 전통시장인 ‘수원역전시장’에서 돈 대신 창작물을 받는 카페를 운영한 결과물 ‘수원역전시장커피’를 전시했다. 시장 내 상가에서 운영했던 카페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고, 벽면에는 고객들이 커피값 대신 건넨 그림과 시를 붙였다. 각 테이블에선 카페의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상영된다.

4전시실에서는 워크숍과 ‘전자 음악 만들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스타그램’ 등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8월 24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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