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손잡은' 佛 작곡가 로빈 페레 "BTS 정국과 작업하고파" [인터뷰+]

14 hours ago 1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
온유 '소년'으로 K팝 작곡가 데뷔
한국 찾아 송캠프 참여하며 꾸준한 인연
"새로운 사람 만나 관계 맺는 K팝 창작 시스템"
"신선한 동기부여…K팝에 대한 관심 커져"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

"처음 K팝을 들었을 때 '와~' 하고 감탄했어요. 굉장히 유니크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함하고 있었죠. 여러 멤버로 팀이 구성돼 있어 랩, 멜로디 하이·로우 파트가 흥미롭게 각각 다른 스타일을 내더라고요."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Robin Peret)는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판 '더 보이스(The Voice)'를 통해 주목받은 로빈은 인기 가수 맷 포코라(M. Pokora)의 곡을 다수 작사·작곡하며 프렌치 팝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유망한 젊은 작곡가다. 맷 포코라와의 협업 외에도 지난해 총 11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멜로디컬하고 그루브가 살아있는 감성적인 곡으로 자신의 색깔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런 그가 K팝과 손을 잡았다. 지난 1월 발매된 그룹 샤이니 온유의 솔로 앨범 수록곡 '소년' 크레딧에 작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K팝 전문가들과 만나 작곡 캠프에서 교류했다. 여러 작곡가가 만나 공동 창작하는 '송캠프' 시스템을 경험했다.

로빈은 "프랑스 음악이 정형화되어 있는 프로덕션 스타일이라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유로운 성격인데, 한국 송캠프에서 새로운 요소를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았다"며 "K팝 곡 작업은 말도 안 되는 시도를 받아들여 준다. 이를테면 '휘파람을 불어 봐', '트럼펫을 불어 봐' 같은 거다. 이런 요소들을 허락해 주니 내가 하고 싶은 걸 조금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팝 산업에서 송캠프를 통해 곡을 창작하고 수급하는 방식은 어느새 스탠다드가 됐다. 여러 작곡가가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곡을 만들어내는 공동 창작 방식이다. 대형 기획사 주최의 송캠프가 열리면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 K팝을 경험하고자 하는 수많은 작곡가가 모인다. 높아진 K팝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송캠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중이다.

로빈은 송캠프에 기반한 작업을 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모든 게 K팝"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번에는 박문치, 후디니 등을 만났다. 그는 "한국에 와서 작업하면 항상 새로운 프로듀서를 만나고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만든다. 다 같이 관계를 빌드업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매번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몇 시간씩 모여 작업하지만, 창의력이 한계에 부딪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로빈은 "현장 분위기에 따라 당연히 곡이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한 게 안 나올 가능성이 더 작다. 하루에 2개 정도의 트랙을 작업하는데 같이 하는 사람들이랑 관계를 먼저 쌓는 데 초점을 두고, 분위기가 만들어진 다음에 작업하면 창의력이 제한될 걱정은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 로빈 페레

K팝과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NCT 드림, NCT 127, 킥플립 등의 곡을 들어보며 이른바 'K팝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로빈은 "K팝 산업에서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알게 돼서 더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창작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저스트절크에서 춤도 배웠다. 댄서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6세 때부터 트럼펫을 배워 수준급의 연주가 가능한 그는 아티스트로서의 행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로빈은 "아티스트로서는 투어도 하고, 새로운 곡도 내는 게 목표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섰기 때문에 무대 공포증이 없다. 내 음악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작곡가로서는 "열심히 곡을 쓰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계속 만날 예정이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아티스트의 전체 앨범을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추후 작업해 보고 싶은 가수가 누구냐고 묻자 "클리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정국은 현재 K팝을 대표하는 인물인 거 같다"면서 "BTS가 단순히 큰 아티스트라 작업하고 싶은 게 아니다. BTS와 정국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언젠가 '내가 이 곡 작업했어'라고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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