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고 야구부·사이클부 존폐 위기
학부모 “운동부 이전해 달라” 요구
교육청 “8월까지 대책 마련”
부천고등학교가 오는 2027년 3월 ‘경기과학고등학교’로의 전환을 앞둔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야구부와 사이클부의 존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학고 특성상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이 일반계 학교와 달라 운동부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18일 부천시, 부천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일 성남, 이천, 시흥, 부천 등 4개 기초지자체가 제출한 ‘새로운 미래형 과학고’ 개교안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성남시 분당중앙고와 부천시 부천고는 오는 2027년 3월 개교하며, 신설 학교인 이천과학고와 시흥과학고(가칭)는 2030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부천고가 과학고로 전환되면서 운동부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전국 과학고 중 운동부를 운영하는 사례가 없는데다 과학고 특성상 학생 선발 규모가 작고, 교육과정도 일반고와 달라 운동부 운영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부천고는 과학고 전환 시 학년당 100명씩 학생을 모집하며, 관련 규정상 운동부 인원은 학년당 최대 5명(5%)으로 제한된다.
현재 부천고 야구부는 30명(1학년 9명, 2학년 11명, 3학년 10명), 사이클부는 7명(1학년 2명, 2학년 2명, 3학년 3명)으로 총 37명이 운동부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과학고 전환 뒤 운동부 허용 인원은 전학년을 통틀어 15명에 불과하다. 운동부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운동부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지만 부천고의 운동부 역사는 깊다. 야구부와 사이클부는 각각 1985년과 1981년에 창단된 이후 지역 체육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사이클부는 최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우수한 성적을 꾸준히 거두고 있으며, 야구부 역시 프로 선수 배출과 전국대회 입상 등 지역 체육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부천고 과학고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천고와 부천교육지원청, 부천시 등 관계 기관은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와 운동부 관계자들은 “부천고 운동부를 인근 다른 학교로 이전해 운영을 지속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부천교육지원청과 부천시, 경기도교육청 등이 참석한 협의회에서도 학부모 대표들이 이 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천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부천시, 학교, 도교육청,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2주에 한 번 실무팀 회의, 한 달에 한 번 TF 회의를 진행하며 오는 8월까지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운동부를 유지하면서 다른 학교로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동부 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내부의 교사나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재정적 부담, 관리의 어려움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부천고 관계자는 “이 문제가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라 현재로서는 관련 기관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며 “부천시, 도교육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