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거래가 전면 재개된 지 한 달 남짓이 지났다. 코스피지수가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일부 종목의 경우 ‘쇼트커버링’으로 주가가 크게 튀어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가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평가 손실을 견디지 못해 빌린 주식을 갚으려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걸 말한다. 새로운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측면에서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코스피는 2559.79로 거래를 마쳤다. 공매도 거래가 재개되기 직전인 3월30일(2557.98)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피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지됐던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이후보다 공매도 거래가 활발한 상황에서도 제자리걸음을 하며 버텨냈다.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일으킨 충격을 받고 한때 230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4월 한 달간 코스피는 3.0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76%)와 나스닥지수(0.85%), 일본 닛케이225지수(1.2%),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1.68%) 등 주요국들의 대표 주가지수들 대비 선방했다.
특히 우리 증시에선 3월31일부터 재개된 공매도 거래가 활발했는데도 주가가 버틴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앞서 중지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2021년 5월과 비교해도 거래 규모가 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들을 기준으로 거래 재개 이후 공매도 거래 비율은 2021년은 4.9%였지만, 2025년은 10.2%에 달했다”며 “코스닥150지수 편입 종목 역시 2021년엔 6.1%였고, 2025년엔 9.1% 수준”이라고 전했다.
공매도 거래가 많다는 건 매도세가 유입된다는 뜻이다. 주가가 하락할 요인이 추가되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유동 주식 대비 공매도 잔고 수량이 많을수록 공매도 압박이 높은 종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거래가 주가가 하락했을 때 수익을 챙기는 투자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매도로 베팅했다가 예상이 빗나가면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주가 상승분에 더해 주식을 빌리는 데 들어간 수수료(이자)까지 물어야 해서다.
주식을 매수했을 때와 비교해도 공매도 거래의 위험이 더 크다. 주식 매수의 최대 손실을 매수대금으로 제한되지만, 공매도의 손실은 주가가 오르는 대로 끝없이 커질 수 있다.
전 연구원도 “역설적으로 주가 상승이 본격화될 경우 공매도 압력이 높은 종목이 쇼트커버링에 의해 상대적으로 상승 탄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코스피가 저점을 찍은 4월9일 이후 공매도 거래에 나선 투자자 중 상당수는 손실을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쇼트커버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에 따르면 4월28일 기준 유동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수량 비율이 4월9일보다 2%포인트 이상 늘어난 23개 종목 중 같은 기간에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6개뿐이었다. 이중 낙폭이 10% 이상인 종목은 대상홀딩스(-26%), 부방(-14.34%), 제로투세븐(-10.85%), 자연과환경(-15.6%) 등이었다. 테마주 비중이 높았다.
반면 샌즈랩은 유동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수량 비율이 2.49%포인트 확대되는 동안 주가가 43.45% 치솟았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테마주로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다가,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매수세가 몰렸다.
2차전지 관련 종목인 엔켐은 4월 9~28일에 주가가 38.62% 상승했다. 분석 대상 기간 전에도 유동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수량 비율이 1.29%로 많았으며, 분석기간 동안 2.65%포인트가 확대됐다.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코스피가 회복하는 국면에서 주가가 30% 이상 상승한 종목은 그린케미칼(35.69%), 한화비전(34.38%), 디아이씨(33.01%), 원익홀딩스(32.92%), 대동기어(32.55%), 중앙첨단소재(32.54%), 나우IB(30.78%) 등이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