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공매도 재개와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4월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가 가장 우수한 투자 성적표를 받았다. 기관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투자 수익률이 6%를 넘었다. 공매도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주가 강세가 이어진 HD현대중공업 등의 조선주를 매수한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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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달(4월1~29일)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6.1%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투자자의 수익률 상승을 이끈 건 조선주였다. 순매수 5위 HD현대중공업(329180)의 평균매수가격(순매수 거래대금/순매수 거래량) 30만6432원과 지난 29일 종가(40만3500원)를 비교하면 31.7%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 무풍지대로 분류된 조선주가 연초부터 급등함에 따라 이달 공매도 재개 시 주요 표적이 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은 수주 호조를 바탕으로 주가가 더 뛴 것으로 분석된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수주량은 전년 대비 29.3% 증가했다”며 “미국의 대중 규제에 따른 반사수혜 등을 감안하면 올해 목표 수주량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의 순매수 3위인 신한지주(055550)도 수익률 상승에 기여했다. 신한지주의 지난 29일 종가는 5만400원으로, 기관의 평균매수가격(4만7413원) 대비 6.3% 상승했다. 신한지주는 올해 목표로 42% 이상 총주주환원율을 제시하는 등 밸류업 모멘텀이 부각하며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기관 순매수 1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한 SK하이닉스(000660)(-4.4%)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3.0%)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매수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3%)도 약보합 수준의 손실률을 나타냈다.
외국인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수익률이 1.4%를 기록하며 가장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한화오션(042660)을 매수한 게 패착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의 한화오션 평균매수가격 8만8203원과 지난 29일 종가(7만8500원) 비교 시 -11.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산업은행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추진 소식에 월말 들어 주가가 급락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은 한화오션의 유통 물량을 늘려주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당분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의 부담이 주가를 짓누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외국인은 관세 영향이 덜한 소프트웨어 및 유틸리티 관련주를 매수하며 수익률 악화를 방어했다. 순매수 2위 한국전력(015760) 수익률은 6.1%, 3위 카카오(035720)는 11.2%를 각각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는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3.0%로 집계되며 견조한 성과를 나타냈다. 개인은 반도체 및 자동차주 위주로 매수 전략을 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에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순매수 1위 SK하이닉스(4.0%), 2위 삼성전자(005930)(2.1%), 3위 현대차(005380)(5.7%) 등은 모두 수익권에 진입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5월 도입하기로 했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완화키로 하면서 현대차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다.
이외에 개인투자자 순매수 5위 셀트리온(068270)은 자사주 매입 소식에 3.7%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셀트리온 측은 오는 7월 말까지 자사주 63만1712주를 매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