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투자지연 우려에 반도체株 휘청… 美빅테크 실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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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메모리 가격-AI 투자 정점론 확산… TSMC 깜짝 실적에도 매도세 이어져
“장기 매출 이미 확보, AI 수요 늘어 피크아웃 논하기 이르다” 반론도
이달말 MS-메타 등 실적발표 분수령

메모리 가격과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이른바 ‘피크아웃(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 진입)’ 우려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만 TSMC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물론 17일 아시아 증시에서도 반도체주 매도세가 이어졌다.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인데 주가는 반대로 고꾸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결국 이달 말 발표되는 미국 빅테크의 2분기 실적과 향후 AI 설비 투자 계획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흔들려

사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만 봐서는 문제가 없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16일(현지 시간) 2분기(4∼6월) 순이익이 7066억 대만달러(약 32조5000억 원)로 1년 전보다 77%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2분기 잠정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넘어서는 등 전 세계 민간 기업을 통틀어 분기 영업이익 최대 기록을 새로 쓴 것이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흔들리고 있다. 17일 일본 증시에서 키옥시아는 16.1%나 하락했고, 대만의 TSMC 역시 7.29%나 꺾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8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36만2500원)를 찍은 뒤 이달 16일 25만5500원으로 약 30% 내렸다. SK하이닉스도 16일 184만2000원까지 밀린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반도체 업황 자체가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번지고 있다. 피크아웃론의 근거는 공급 과잉과 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 등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앞다퉈 공장을 늘리고 있는 만큼 향후 반도체를 쏟아내면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미국 차세대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가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비해 풋옵션 등 파생상품 활용을 검토한다는 로이터 보도(15일)도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AI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가 1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도록 명령을 내린 가운데, 지역사회 반대 등에 밀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취소·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둔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외신도 반도체 고평가론을 제기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5일 보고서에서 주요 반도체 주식의 매도를 권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뛴 만큼 차익을 실현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리사 샬럿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주가를 극단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차익 실현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16일 ‘반도체 주가 폭락을 설명하려면 헤드펀드의 움직임을 보라’는 기사에서 “골드만삭스도 AMD,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 반도체 및 AI 관련주에 대한 헤지펀드 순노출액이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고평가 부담이 커지자 기관투자가들이 차익 실현 후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 실적 발표가 분수령

하지만 아직까지 피크아웃을 논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장기 공급 계약 중심으로 바뀌면서 몇 년 치 매출이 이미 확보돼 있고, AI 반도체 수요도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급이 실제로 늘어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메모리 업체들이 새로 짓는 공장이 본격적으로 물량을 뽑아내는 때를 2028년부터라고 봤다. 2027년까지는 주문형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생산 능력이 몰려, 일반 D램을 생산할 여력이 오히려 빠듯하다는 관측이다. 과거의 ‘반도체 사이클’과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일반 메모리는 만들어 놓고 파는 제품이라 공급이 늘면 값이 떨어지지만, HBM은 고객이 주문할 때 만드는 제품이라 그렇지 않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아니라 ‘AI 사이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메모리 이익이 정점을 지났다고 하려면 빅테크의 투자 축소, HBM 장기 계약 감소, 서버용 D램 가격 둔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 감소가 확인돼야 하는데 네 가지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결국 이달 말로 예정된 빅테크 실적 발표가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벳이 22일, 마이크로소프트·메타가 29일, 아마존이 30일 실적을 내놓고,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29일, 삼성전자가 30일 실적 설명회를 연다. 빅테크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예상보다 큰 AI 투자 규모를 공개하면 메모리 수요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결국 중요한 것은 빅테크와 반도체 업체의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이라며 “특히 AI 시설투자 규모와 투자 지속성, 고객 수요에 대한 질문이 확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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