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친다고 '나랏돈' 쏟아붓더니…'8500억' 대반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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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모로코 라바트 로얄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하산2세 트로피 시상식에서 물레이 라시드 왕자(왼쪽)가 우승자 스콧 헨드에게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모로코왕립골프협회 제공

지난 24일 모로코 라바트 로얄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하산2세 트로피 시상식에서 물레이 라시드 왕자(왼쪽)가 우승자 스콧 헨드에게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모로코왕립골프협회 제공

지난 24일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파73). 18번홀 그린 주변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갤러리와 VIP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의 시선은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친동생이자 모로코왕립골프협회(FRMG) 회장인 물레이 라시드 왕자가 직접 주관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하산 2세 트로피(총상금 250만달러) 시상식에 쏠렸다. 라시드 왕자가 왕실 최고 예우를 상징하는 ‘보석 단검’ 트로피를 우승자 스콧 헨드(호주)에게 건네자 카메라 셔터가 앞다퉈 터졌다.

대회 기간 라바트 시내는 거대한 비즈니스 특구를 방불케 했다. 주요 5성급 호텔의 프리미엄 객실은 일찌감치 완판됐고, 고급 렌터카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세기 넘게 왕실 주도로 골프 산업을 육성해 온 모로코가 매년 8500억원 이상을 유치하는 유럽 자산가들의 ‘프리미엄 휴양지’로 확고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세기 걸쳐 완성된 핵심 산업

골프에 관심이 많았던 모로코 전(前) 국왕 하산 2세.  /대회조직위 제공

골프에 관심이 많았던 모로코 전(前) 국왕 하산 2세. /대회조직위 제공

28일 한국경제신문이 FRMG와 모로코관광청(ONMT), 국제골프투어운영자협회(IAGTO)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로코를 찾는 순수 골프 관광객은 연간 약 15만명이다. 프리미엄 골퍼 1인당 평균 지출액(3800달러·약 570만원)을 감안하면 직접 소비액만 최소 5억7000만달러(약 8500억원)로 추산된다. 관광객 1명당 2.5개의 연관 산업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고용 유발 효과도 크다.

모로코가 누리는 막대한 골프 경제 효과는 1971년 고(故) 하산 2세 전 국왕의 설계에서 시작됐다. 그는 관광산업 부흥과 내수 진작의 핵심으로 골프를 선택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 대회를 창설해 해외 VIP를 초청하고, 라바트,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등 주요 도시에 왕실 직속의 ‘로열 골프’ 클럽을 조성했다. 유럽 부호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자국 골프 붐업과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꾀했다.

특히 프로암 라운드는 왕실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재 라시드 회장이 주관하는 VIP 프로암은 유럽 기업인들이 비공식적으로 경영 전략을 논의하고 투자를 모색하는 일종의 기업설명회 장소로 활용된다. 신원이 철저히 보안에 부쳐지는 프로암에는 올해도 유럽의 거물급 투자자가 모여 은밀한 네트워킹을 펼쳤다고 알려졌다.

◇‘오일머니’와 다른 확실한 비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외부 확장에 주력하다가 수익성 한계로 최근 사실상 골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는 사우디와 모로코의 산업 육성책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국가적 자본 규모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한 모로코는 처음부터 내부 골프 생태계 구축이라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반세기 전 다진 기반 위에, 이제는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3대 마스터플랜(스포츠·경제·교육)을 가동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그 뼈대는 2019년 선포한 ‘골프 산업 전략적 비전’이다. 모로코는 현재 45개 이상인 코스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연간 골프 관광객 100만명 유치, 직간접 일자리 10만개 창출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엘리트 선수 육성 제도를 가동해 지난해에만 15명의 유망주를 미국 대학(NCAA) 전액 장학생으로 진학시키며 챔피언 배출에 속도를 냈다. 명문 코스 관개용수로 폐수를 100% 재활용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 역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축이다.

접근성을 무기로 유럽 시장을 꽉 잡은 모로코의 다음 타깃은 역동적인 성장세의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이다. FRMG는 최근 대한골프협회(KGA)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실질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단순 친선을 넘어 한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아시아의 ‘큰손’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잘일 베나주 FRMG 이사 겸 대회 조직위원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세련된 생태계를 갖춘 선진 골프 시장”이라며 “KGA와의 파트너십은 양국 골프산업이 유기적인 비즈니스 가교를 구축하는 데 실질적 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로코는 프리미엄 관광과 고용, 유소년 육성, 환경적 책임이 융합된 완전한 골프 생태계를 제공하는 국가로 거듭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라바트=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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