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하늘서 번쩍… 역사 속 혜성 이야기[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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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 고조선 기록 등
별에 얽힌 선조 이야기 담아
◇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지음/320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한국사 최초의 국가로 알려진 나라는 고조선이다. 고조선에 대한 가장 오래된 공식 역사 기록은 고대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다. 이 책에는 흔히 현대 역사에서 위만 조선이라고 불리는 고조선 말엽을 장식한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역사책에 고조선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까닭은 중국의 한나라가 고조선을 상대로 대규모 원정을 벌여 긴 전투 끝에 위만 조선이 멸망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한 차례의 전쟁에 대한 서술일 뿐인지라 분량은 적다. 그러나 고조선에 대한 최초의 공식 역사 기록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한국 역사학자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 한국사 학자들의 연구 논문 중에는 이 대목을 글자 단위로 하나하나 따져 가며 면밀하게 의미를 헤아려 보는 내용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정도로 면밀히 탐구된 ‘사기’의 고조선 기록 중에도 의외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내용이 있다. 바로 혜성에 대한 내용이다.

‘사기’에서 고대 중국의 천문 관측에 대해 정리해 놓은 ‘천관서’라는 대목을 보다 보면, 의외로 고조선과 관련된 한 줄의 짤막한 기록이 실려 있다. 위만 조선의 수도가 함락될 때 “성패(星茀)가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성패란 혜성 또는 그 비슷한 별빛을 말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써 두었을까. ‘사기’에는 이 이야기 전후에 지금의 동남아시아 인근과 중앙아시아 인근에서 중국이 벌였던 전쟁을 비슷한 사건으로 같이 설명해 놓았다. 옛 중국인들은 고조선을 침공한 전쟁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했으며, 그 징조를 하늘의 별빛이 어떻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던 것일까. 그로부터 우리는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어떤 내용을 더 알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천문학자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했고, 한편으로 고대의 별과 우주에 대한 기록의 의미를 밝히는 일을 해 온 안상현 박사는 자신의 대표 저서 ‘우리 혜성 이야기’에서 그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밝혀 두었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고조선의 혜성 이야기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한국의 역사는 혜성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국의 역사, 전통문화와 함께해 온 혜성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설명한다. 옛 한국인들이 어떻게 별을 이해했고 어떤 감정으로 우주를 바라봤는지 구체적인 예시로 알 수 있다. 별에 대한 전통이나 옛이야기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서점에 가면 고대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를 엮어 소개한 책은 어린이 만화부터 점성술책까지 많다. 그러나 의외로 옛날 한국에서 별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소개하는 책은 드물다.

그 부족함을 메워줄 수 있는 책이다. 2025년 오늘날의 밤하늘을 보면서 2000여 년 전 전쟁터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고대인의 시선을 상상하게 되는 감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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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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